최근 날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세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주제 중 하나는 AI와 소재과학의 만남이다. 구글의 알파폴드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단백질 생성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AI로 거대 분자의 형태를 정확히 예측하고 새로운 분자를 창조하는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는 이미 앞선 기술 적용으로 신약의 임상 단계에 들어간 케이스도 있어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홍콩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를 통해 개발한 폐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이 임상에 진입해 주목받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AI를 활용한 이같은 연구가 신약개발 스타트업과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 출신 창업자들이 주도하는 스타트업과 캐나다 토론토대, 미국 MIT 등 글로벌 유수 대학의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소재 개발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험 과정까지 자동화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개발 시스템 구축까지 시도하는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폭넓게 소재 개발 AI를 추진해오고 있다. LG 계열사들과 신약 개발부터 배터리 소재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 개발 AI 실험을 이어왔다. 이제는 '엑사원 디스커버리'라는 플랫폼을 통해 범용 AI에도 도전하고 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화학 연구자들의 작업 프로세스를 모델링, 단순한 반복 작업을 최소화한다. 이와 함께 성공 확률이 높은 실험을 선별함으로써 소재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논문에서 과학 지식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분자 구조나 화학 반응의 결과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그동안 소재 개발에 있어 연구원들이 기약없이 들였던 시간과 노력,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 연구원들이 남는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연구 방법도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혁신은 '생성형 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능해진 부분이고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AI가 가지는 가치는 어떤 도메인에서 어떠한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과거 물리학과 광학의 집약체인 망원경의 발전은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장을 열었다. 이처럼 AI 분야에서 엑사원 디스커버리 기술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소재를 발견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 강국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AI와 소재과학의 결합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AI가 소재과학에 미치는 영향은 날로 커지고 있다. AI와 소재과학의 결합이 앞으로 큰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따라서 AI와 소재과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AI가 소재 개발에 얼마나 더 큰 혁신과 변화를 가져다 줄 지 기대된다.
한세희 LG AI연구원 MI랩장 pr_brand@lgresearch.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