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베디드SW, 정부 투자 시급하다

백종호 서울여대 교수
백종호 서울여대 교수

과거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 이후로 국내에서는 '임베디드'라는 용어보다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등 키워드를 사용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임베디드'라는 표현이 구식이라는 인식 하에 정부 정책 지원이 감소하면서 국내 임베디드SW의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되는 추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임베디드SW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주요 문제점으로 여섯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핵심 기반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SW 최적화, 제품 차별화, 시장 적기 진출이 어렵다. 막대한 초기 개발 투자 비용과 단기적으로 낮은 투자 회수율, 높은 실패 위험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국내 기업체에서는 자체 기반 기술 확보에 어려움이 따른다.

둘째, 품질 인증을 확보한 국산 임베디드SW 솔루션이 거의 없다. 검증된 SW만 사용하는 관례에 따라 대부분 외국 솔루션만을 채택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 투자가 위축돼 검증된 국내 SW 솔루션이 빈약한 악순환이 이어진다.

셋째, 다양한 분야 임베디드SW 전문 개발업체가 없다. 외국의 경우,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자는 서로 간 기술적 성과 공유에 가치를 두고 있으나 국내는 오픈소스를 이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전문업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임베디드SW 전문 개발 인력과 양성과정이 부족하다. 임베디드SW 개발 인력은 HW와 SW 지식을 겸비한 인력이 필요하나 현재의 SW 개발 인력 양성과정은 응용SW 개발 위주로 구성돼 임베디드SW전문인력 양성으로는 부족하다.

다섯째, 임베디드SW의 체계적인 표준화 및 인증 제도가 미흡하다. 임베디드SW의 국가표준과 품질검증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기업 간 거래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국산 SW 거래의 시장 형성이 미진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분야별 독자 기술의 공유 체제와 애로기술 지원 체제가 미흡하다. 다양한 임베디드시스템을 위한 임베디드SW가 개발되고 있으나 효과적인 기술 협력과 기술 교류 체계가 없어 호환성 결여와 중복 개발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자율주행시스템, 대규모 플랜트, 스마트시티 등에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할 임베디드SW 기술 확보가 어렵다. 관련 기업만의 투자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 임베디드SW 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지원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진다.

이제 임베디드SW는 전 산업분야에 기반이 되는 기술로 자리 잡았으며, 지능을 품은 임베디드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시장에서의 존재를 알리고 중흥기가 도래하고있다. 핵심 기술 중의 하나인 임베디드시스템 운영체제를 확보하고 있는 선진업체와 중저가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 제품 완성도를 높여가는 중국 업체 틈바구니 속에 우리나라가 위치했다. 국내 임베디드 관련 업체 생존과 도약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며 정부주도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지난 20여년 전부터 임베디드SW 활성화를 위해 이야기해온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 실행하지 못했던 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유무선 통신의 자유로운 연결과 AI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지능을 품은 임베디드SW를 개발하고 적용하여 국내 전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백종호 서울여대 교수 paikjh@sw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