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가 3.6%의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포함한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계열사·공익법인 등을 끼고 지배력을 유지하는 사례도 드러나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도 900개로 증가, 부당 내부거래 감시가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총발행주식 중 '내부지분율'이 61.7%로 지난해보다 1.3%P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3076개 사의 주식 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로, 내부지분율은 동일인·친족·계열회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이다.
특히 총수가 있는 72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61.2%로 사상 처음 60%를 넘었고, 총수일가는 3.6%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2019년 3%대까지 떨어졌지만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5개 집단의 경우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11개 국외계열사가 국내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 장금상선 등은 총수일가가 국외계열사를 통해 기업집단 최상단회사 등 국내 핵심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영리법인(공익법인 포함)을 활용한 계열출자도 전년보다 증가해 46개 집단 86개 비영리법인이 148개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도 작년 835개사에서 올해 900개사로 65개사(7.8%) 증가했다. 신규 지정집단에서 규제대상이 대폭 증가(107개)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는 392개, 해당 회사가 50%를 초과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508개가 대상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은 16.97%로 전년(16.50%) 보다 0.47%P 증가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내부지분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계열회사 지분율은 증가하고 총수일가 지분율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경영 측면에서 내부지분율은 높을수록 좋다고 보지만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면서 “국외계열사·공익법인 등을 통한 우회적인 지배력 유지·강화 사례도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채무보증,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내부거래, 지배구조, 지주회사 등 대기업집단의 주요 현황 정보를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분석·발표해 시장감시 기능을 높일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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