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는 연말을 목표로 마이데이터 과금 체계를 마련 중인 가운데 원가 내역에 대한 세부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기준 총 원가가 1293억원으로 책정되면서 가격 적정성을 놓고 업계간 다양한 의견이 나왔던 만큼 이번 조사로 재산정될 원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마이데이터 제공사를 대상으로 자료 청구·수집 전산시스템(CPC)을 통해 원가 산출 상세 자료를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핀테크 등을 포함한 해당 기업 약 80% 이상이 자료 전달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앞서 2020년~2022년에 걸쳐 투입된 전송 시스템 개발·구축 비용과 지난해 기준 운영비를 조사하기 위해 요구했던 자료보다 상세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 자료에는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구입한 특정 서버가 모두 자료 제공에 활용된 것이 맞는지, 마이데이터 관련 인력으로 보고된 인원들이 모두 해당 업무에 투입된 것이 확실한지 등을 확인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일부에서는 당국이 앞서 발표한 데이터 전송 단위당 원가 대비 금액을 소폭 낮추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과금체계를 놓고 핀테크 등 일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마이데이터 모델의 수익 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가가 높아지면 부담이 커져 혁신 서비스 탄생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위해 마이데이터 시장을 열었던 만큼 비용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원가 산정에 고심이 클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마이데이터 원가 산정에 있어 주요 금융지주들은 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지주도 타사로부터데이터를 수신하고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대량의 계좌 정보와 카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주요 제공사기 때문이다. 이에 원가의 높고 낮음을 떠나 정확한 원가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권별, 기업 규모별로 의견이 나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과금 체계 마련에 대한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용료 일부를 기본료로 지정해 공동 분담비를 부과하고, 나머지는 이용량에 따라 종량제로 부과하는 방식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용량이나 규모에 있어 중소형 사업자들은 분담료 중 일부를 감면받는 방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당국은 원가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확한 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적정 원가가 산정되면 이를 기반으로 최종 방향성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 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