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 “각형·노칭·스태킹으로 사업 확대…내후년 수주잔고 1조 목표”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

원익그룹 배터리 장비사인 원익피앤이가 기존 화성공정에서 조립공정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또 해외 고객사 및 국내 배터리 3사와의 거래 확대를 통해 2025년 수주잔고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테크랜드 흡수합병으로 기존 파우치 배터리에서 각형까지 대응이 가능해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테크랜드는 각형 배터리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그동안 자회사로 있었지만 최근 흡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배터리 조립 장비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원익피앤이는 그동안 조립 공정에서는 파우치 배터리 장비만 생산했다.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패키징과 폴딩 등 기존 조립 장비 중심에서 노칭과 스태킹까지 장비 사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설립한 연구소에서 노칭과 스태킹 장비를 개발 중”이라며 “노칭과 스태킹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사보다 속도가 더 빠른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고, 연내 개발을 마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주 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칭은 배터리 전극을 레이저로 절단하는 장비다. 스태킹은 전극을 쌓는 것이다.

배터리는 크게 '전극-조립-화성-팩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원익피앤이는 그동안 화성 장비가 주력이었고, 조립 장비를 신규 육성하고 있다. 테크랜드를 흡수합병하고, 노칭과 스태킹 장비를 신규 개발하는 것이 이 연장선에 있다. 현재 조립공정 장비 매출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이를 향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원익피앤이 수원사업장. (사진=원익피앤이)
원익피앤이 수원사업장. (사진=원익피앤이)

현 주력인 화성공정 장비의 경우 해외 고객사로부터 수주가 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산 장비에서 성능이 뛰어난 국내 업체 장비로 눈을 돌리면서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다.

원익피앤이 수주 실적에서 해외 거래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다. 최근에는 일본계 중국 이차전지 기업인 엔비전AESC와 프랑스 배터리 스타트업 베르코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국내 배터리 3사 수주도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SDI와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공장 증설 일정에 따라 대규모 발주가 점쳐진다.

원익피앤이 상반기 매출은 5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가 감소했다. 수주 잔고는 늘고 있지만 고객사 공장에 장비가 설치되고, 제품 검수와 시생산까지 끝나야 매출이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하반기에 장비 주문량이 늘고 기존 수주가 매출로 인식돼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실적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검수가 끝나는 물량이 연말에 몰려 있어 연간 기준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주잔고는 빠르게 늘어 상반기 기준 6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2% 증가했다.

이기채 대표는 “최근 2030년까지 장기 비전을 설정했는데, 중간 기착점인 내년과 내후년에는 수주잔고를 각각 8000억원, 1조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2025년에는 5000억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