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日 산림산업화 현장] 삼나무 활용 선순환 생태계 구축…임도 활용 지역경제 살리고 청사 건물까지 '우뚝'

산림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보존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산림이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가치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선진국형 산림경영과 관리로 '산림 르네상스시대'를 열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돈이 되는 경제임업' '함께가는 환경임업' '삶에 깃든 사회임업' '산림재해 대응·보전·복원 강화' '산림을 국제협력 중추사업화' '산림과학·기술연구 촉진' 등 6대 전략을 발표했다. 산림을 잘 가꾸면서도 경제임업을 활성화해 보존과 이용의 경계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본지는 선진국형 산림경영을 펼치고 있는 가까운 일본 사례에서 우리가 열어갈 '산림 르네상스시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본 미야자키현 산림산업화의 시작점인 삼나무 벌목 현장
일본 미야자키현 산림산업화의 시작점인 삼나무 벌목 현장

◇일본 특산종 삼나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의 후쿠오카공항에 내리자 먼저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자를 맞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이 무더위는 일본 대표 특산종인 삼나무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원동력이다.

후쿠오카공항에서 목적지인 미야자키현까지 차량으로 4시간 정도 이동하는 내내 하늘로 쭉 뻗은 삼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삼나무는 연평균기온 12∼14℃, 강우량 3000㎜ 이상의 계곡에서 잘 자란다.

삼나무는 높이 40m, 지름 1∼2m에 달한다. 웅장한 크기에 해충이나 병균에도 강해 일본에선 오래 전부터 집을 짓거나 다양한 생활용품 제작에 삼나무를 활용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벌목하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구역 확정과 벌목이 이뤄지고 곧바로 다시 나무를 심는다. 벌목-재조림의 체계적인 선순환 구조는 공기 질 향상과 더불어 산림의 경제적 활용가치를 극대화했다.

미야자키현 목재이용기술센터 내부 전시실
미야자키현 목재이용기술센터 내부 전시실

◇목재산업 육성기지 미야자키현 목재이용기술센터

미야자키현은 임업·목재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1년 4월 목재이용기술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삼나무 중심 목재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 가공기술 향상과 신제품 개발 등을 지원한다. 목재이용에 관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등으로 쌓아온 다양한 노하우를 수많은 현장에 적용한다.

센터는 건물 자체도 삼나무를 활용해 만들었다. 내부에 들어서면 삼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이 반겨준다. 삼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결과가 곳곳에 전시돼 있다. 연구동은 기둥과 대들보, 지붕의 목재를 맞물림하는 방식으로 지어졌고, 각 접합부에 철물을 사용하지 않는 목조 입체 트러스토 구조로 개방적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곳 연구원들은 삼나무 유지관리와 보수시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목재를 옥외에서 직접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하고 내구성을 평가한다. 천연 건조와 증기 건조 등을 조합해 미야자키현산 삼나무에 적합한 건조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목질재료의 강도시험, 제조·성능을 평가하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실물 크기의 구조체를 시험 제작해 장력실험을 진행하면서 성능 확인은 물론 특성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고바야시시 공무원이 의회동에서 나무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고바야시시 공무원이 의회동에서 나무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시유림 활용 목구조 청사 구현 고바야시시

미야자키현의 작은 도시 고바야시시는 시유림의 나무를 활용해 목구조의 신청사를 만들었다. 일본에서도 드문 대규모 중목구조의 3층 건물로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주로 활용했다.

목재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시청사를 나무로 만들기로 결정한 후 2016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5억5000만엔(약 324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1층 창구로 들어서면 삼나무 향기로 가득해 건물 자체가 힐링 공간이 된다. 목재 특유의 밝음과 향으로 별도 마련된 다목적 스페이스 공간은 모든 연령층이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계단과 창문 등 대부분이 목재로 조성돼 있어 개방감과 더불어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의회동은 바닥, 문, 조명박스, 가구, 의자 등 모든 내장재가 목재다.

건물 담당자는 안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화재 등에 대비한 대책은 물론 내진도 기준의 1.5배를 적용했다. 나무로 만든 건물이지만 앞으로 100년 이상 시민을 위한 청사로서 활용할 계획이다.

◇목재산업 활성화를 위한 핏줄, 임도

일본이 목재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었던 기반 중 하나는 임도다. 임도는 산림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다. 일본인은 산림산업화를 위해 임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벌목을 위한 다양한 장비가 통행할 수 있도록 돕고 생산제품 이동도 수월하다. 벌목 이후 재조림 등 나무심기를 실현할 때도 임도의 활용성은 대단하다.

한국 산림청도 임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2027년까지 3027㎞를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임도는 산불진화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임도가 산림 훼손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산불방지라는 명분이 아니고서야 늘려나가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일본인은 임도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간주한다. 실제 규슈산맥의 정중앙에 위치한 작은 마을 모로츠카는 임도 43노선 200㎞를 유지관리하며 산림산업화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마을의 95%는 산림으로 평지가 적고 임업이 주업이다. 임업 발전을 위해 보육해온 산림이 성숙하고, 벌기를 맞은 목재에 어떻게 부가가치를 부여할지 매년 고민하고 실행한다.

모로즈카마을은 2004년 산림관리협의회(FSC)의 산림인증을 취득했다. FSC는 산림으로 특화된 세계적인 기구로 모로즈카마을, 산림조합 등의 소유 산림을 포함해 전체 임가 산림면적 85%가 인증받은 일본 최초 마을이다.

산림 인증시스템을 활용해 임도 개설 방법, 풍부한 수원지를 지키는 공익적 의무의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자연친화적으로 원활한 목재 반출이 가능한 경로 선택하고 있다.

미야자키현=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