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가운데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연좌제'처럼 운영됨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공시 의무를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기고 지난 1일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을 개통했다고 5일 밝혔다.
회계 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는 오는 11월 30일까지 노동포털 내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을 통해 작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용부는 노조비 세액공제는 사실상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는 노조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하며, 납부 금액의 1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납부액이 1000만원이 넘으면 30%를 공제한다.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개통되기 전인 올해 9월까지 납부된 노조비는 공시와 관계 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4분기 납부한 노조비는 작년도 결산 결과를 등록해야 공제받을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조합원이 1000명 미만인 노조는 회계공시를 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합원이 클릭 몇 번으로 노동조합의 재정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돼 알권리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근로자는 어느 노동조합이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부는 회계공시 시스템이 적용될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을 대상으로 8차례에 걸쳐 사전 교육을 실시했으나 교육 대상 673곳 중 84곳만 교육에 참여하는 데 그쳤다. 지난 1일부터 시스템이 개통됐지만 공시를 한 노조는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 한 곳 뿐이다.
노동계는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직후부터 정부의 회계공시 제도 개편이 노동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연좌제 성격을 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에서 회계 공시를 하더라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상급단체 탈퇴를 부추기기 위한 제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노조 탈퇴를 유도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며 “그 동안 자주적·민주적 노조 운영을 위한 장치들이 있었지만 운영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을 위한 민주적 조직이라면 당연히 상급단체가 공시를 하고, 노조 주인인 조합원들도 상급단체로 하여금 공시를 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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