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모태펀드 출자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반기마다 중점 출자 전략을 공개한다. 투자 방향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출자자(LP)를 확보해야 하는 벤처캐피털(VC) 업계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중기부는 신생 VC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적으로 투자하도록 모태펀드 루키리그도 개편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기술보증기금 서울본부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시장 친화적인 모태펀드 운용을 위해 벤처·스타트업, 대학·연구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모태펀드 출자전략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반기마다 모여 출자 분야와 재원 배분 등 출자전략을 논의한다. 정부 중심으로 출자 계획을 결정하고 매년 공고 시점에 공개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을 막기 어렵고 VC 입장에선 펀드 결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했다.
도전적 벤처투자 유인책 강화도 이번 방안의 중점사항이다. 중기부는 업력 3년 이내·운용자산(AUM) 500억원 미만 VC 전용 제한경쟁 트랙인 모태펀드 루키리그를 개편하기로 했다. 신생 VC의 투자시장 진입이라는 취지와 달리 일부 예산을 할당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 때문이다.
중기부는 내년 모태펀드 출자사업부터 루키리그 기준을 업력 5년 이내·AUM 1000억원 미만으로 완화한다. 신생 VC가 터프 테크(리스크가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가 큰 기술), 지역 투자 등 투자 대상과 방식을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자 비중도 매년 최소 10% 이상 루키리그에 출자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선정된 모태 자펀드만 해당되던 관리보수 요율 상향 등 투자촉진 인센티브를 2021년과 지난해 결성된 모태 자펀드도 적용하기로 했다. 모태 자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사업 초기 자본잠식에 빠지더라도 후속 투자를 유치할 경우 관리보수가 삭감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개정한다.
중기부는 벤처투자법령 위반에 대한 제재 양정기준을 체계화해 이달 중 발표한다. 경미한 사안으로 인한 제재가 향후 출자자 모집 등에 과도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VC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다만 창업투자사가 3년 사이 100개 가까이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 대폭 성장한 벤처투자 업계에 비해, 관리·감독 전담인력이 부족한 실정을 감안해 중기부 투자관리감독과 내에 이달 벤처투자전담감독팀을 신설한다.
이번 방안에는 모태 자펀드는 개별기업마다 투자과정에서 알게 된 기밀에 대해 비밀유지서약(NDA)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VC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도 담았다. 피투자기업 사업모델을 다른 기업에 제공하거나 스스로 사업화하는 등 최근 대두되는 스타트업 대상 기술탈취 사례를 고려했다.
모태펀드 출자관리를 맡아온 한국벤처투자는 부서별 성과에 기반한 보수체계를 마련해 책임성을 높인다.
이 장관은 “벤처투자 시장 초기에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중요했지만 최근 민간 비중이 커진 시장여건에 맞춰 정부도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해 민간 주도적 벤처투자 생태계에 필요한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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