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유가·금리 등 경제지표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까지 수면으로 떠오르며 장기 불황 그림자가 엄습했다.
5일 통계청은 지난 달 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을 기록하며 반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이는 지난 4월 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석유류 물가 하락폭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9% 내려 8개월 연속 하락세다. 다만, 하락률은 지난 7월 -25.9%, 8월 -11.0% 에 이어 지난달 -1.1%를 기록하며 올해 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석유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p)에서 8월 -0.57%p, 9월 -0.25%p로 올랐다. 5일 국제유가가 5% 하락세를 보였지만, 국내 석유류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는데, 9월 중하순에도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계절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美) 국채 수익률은 3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4.81%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일(현지시간) 지난 달 미국 내 고용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발표가 나오며 4.7% 대로 다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미 국채가 상승하며 국내에서도 4일 회사채 금리가 급등(21bp↑)하고 주가도 하락(코스피 2.4%↓)하는 등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선제 대응에 들어갔다. 추석 연휴 이후 긴축 장기화 우려 등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고유가 지속 등 대외 불안요인이 일시에 국내 금융시장에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오전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국내 자금시장 수급 동향, 금리 스프레드, 만기 도래액 및 차환율,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신용등급별 발행 여건,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자금 시장 동향에 대해 일일 점검체계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9월 금융위기설'의 주범으로 지목된 부동산 PF 관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달부터 2조2000억원 규모 부동산 정상화 펀드(캠코펀드)를 가동해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대출이 안돼 착공을 못하고 있는 사업장에 자금을 대 주택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PF시장을 정상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 한편에서는 부실 사업장에 자금을 확대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