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공세를 퍼붓던 중국 TV 업체들이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를 노린다. 구글, 아마존, 삼성 등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과 자사 TV를 연동해 스마트홈 허브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최근 중국 TV업체 하이센스는 자사 4K 스마트TV 10종에 대해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 인증을 획득했다. TV제조사로는 지난 2월 또다른 중국 업체 TCL에 이어 두 번째 인증이다.
글로벌 표준단체 커넥티비티스탠더드얼라이언스(CSA)에 따르면 이번에 인증받은 하이센스 TV 모델명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4K 스마트TV'로만 표기됐다. 올해 4분기 출시가 유력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신제품으로 추정된다.
하이센스 TV가 매터 인증을 받으면서 구글, 아마존,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 등 글로벌 주요 스마트홈 플랫폼과의 연동·제어가 가능해진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로 하이센스 TV 전원 조작이나 채널 변경은 물론 TV와 연동된 다른 가전까지 제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이센스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CSA 가입과 함께 매터 적용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약 8개월 만에 첫 결실로 10종의 TV를 인증받으며 단숨에 글로벌 최대 매터 적용 TV 업체가 됐다.
하이센스가 TV 부문 스마트홈 표준 적용에 앞장서는 것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TV 시장은 하드웨어(HW) 성능 외의 연결성에 기반한 편의 서비스와 콘텐츠 등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독자 스마트홈 플랫폼만으로는 글로벌 고객 눈높이를 맞출 수 없는 만큼 구글 등 글로벌 공룡 플랫폼과 연동이 필수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TV 제품으로 매터 인증을 받은 곳은 TCL과 하이센스뿐이다. 두 업체는 경기침체에도 공급량을 늘리며 올해 상반기 TV 출하량 기준 2, 3위로 뛰어올랐다. 기존 중저가 제품 중심 전략에서 고화질·대화면 프리미엄 영역까지 침투하며 삼성·LG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이들의 매터 인증은 단기적으로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확대보다는 기존 구글, 아마존 플랫폼 이용자가 자사 TV를 자유롭게 쓰게 해 HW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삼성과 LG가 플랫폼이 아닌 HW 표준 적용에는 신중한 상황에서 당분간 가전, TV 부문에서 매터 적용은 중국 업체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월 중국 하이얼도 가전 중 최초로 에어컨의 매터 인증을 획득했다.
김학용 IoT전략연구소장은 “아직까지 TV가 스마트홈 허브로 역할이 미미한데, 막강한 공급능력을 가진 중국 업체들이 매터 인증에 나서면서 스마트홈 시장에서 TV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