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업은 인력·학생은 일자리 부족…반도체 인력 '뫼비우스의 띠'

김준호 렛유인 대표
김준호 렛유인 대표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전체 수출 품목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반도체 인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2030년까지 필요 인력이 약 400만명이나, 절반 이상 부족하다 등 반도체 산업 인력이 부족하다는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반도체 산업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지원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그들은 되려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기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반도체 산업 구직에 대해 기업과 구직자들이 생각하는 온도차는 크다.

최근 어느 대학 반도체 취업 특강이 끝나고 여느 때처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중 한 학생이 이력서를 내밀며 '저는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인서울 4년제 대학, 전자공학과, 학점 4.02, 어학성적 OPIc IM3' 반도체 기업에 취직하기에 준수한 스펙이었다. 또, 눈길을 끈 이력은 '반도체 공정실습 4회'였다. 각기 다른 교육 기관·학교에서 4회의 거의 비슷한 커리큘럼 공정실습을 받았다.

8년 이상 수많은 학생에게 반도체 교육을 진행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 또는 상장 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을 지켜봤다. 그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스펙을 쌓고자 했고, 기업은 입사 후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성이 좋은 지원자 위주로 채용을 진행했다.

반도체 산업은 사실 재료, 소자, 회로, 제품, 공정, 장비, 패키징, 테스팅, 설비 등 크게 9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대학·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기관 등에서 하는 반도체 교육은 어째서인지 일반 공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교육과정도 모두 비슷한 형태로 가고 있다. 공정 실습으로 공정을 경험하고 8대 공정을 배우는 과정들이 일반적이다.

우리는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지, 모두 획일적으로 똑같은 내용을 알고 있는 학생을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반도체 교육이 필요하다.

첫째, 반도체 구직자는 본인만의 특기를 선정해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다른 여타 경쟁자들과 유사한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이수하기보다는 하나의 특정 영역이나 분야를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된다. 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중심으로 산업이 세분화돼 있어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본인만의 진로와 커리큘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교와 기관에서는 반도체의 10~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엔지니어를 육성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첨단산업으로 기술 트렌드가 급변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단순한 반도체 이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잘 읽어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트렌드를 연구적으로 잘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교육 또한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셋째, 기업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요즘에는 이런 것도 가르쳐줘요?'라는 말을 선배와 상사에게 들을 수 있도록 기업 의견이 반영된 교육 환경이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반도체 인력 대부분은 학계보다는 산업계로 진출하게 된다는 점에서 반도체 인력 교육 방안의 방향성은 기업이 해답을 갖고 있다고 본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에서는 훌륭한 반도체 인재 양성과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반도체 교육의 질 향상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적극 서포트해주길 바란다.

김준호 렛유인에듀 대표 ceo@letuined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