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업자에도 재해복구(DR)센터 구축이 의무화되며 DR시스템 후방 시장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막대한 DR센터 구축 비용이 중소 전금업자에 과도한 부담일뿐 아니라 편의주의적 규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향후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연간거래액 2조원 이상 전금업자들도 DR센터 구축 의무를 지니게 된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사에 적용되는 규정은 △금융사들은 재해에 대비해 재해복구센터를 주전산센터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 구축·운용할 것 △금융사들의 핵심업무의 복구목표시간은 3시간 이내로 하되,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회사의 핵심업무의 경우에는 24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 △매년 1회 이상 재해복구센터로 실제 전환하는 재해복구전환훈련을 실시할 것 등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연간거래액 2조원 이상 전금업자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신규 DR센터를 구축해야 하는 곳은 10여개사에 해당한다. 선불전자지급수단, 간편결제 등 시장이 커짐에 따라 연간 거래액 2조원을 넘어서는 전금업자들도 계속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DR센터를 운영중인 곳들도 금융당국 기준에 맞춰 DR센터 운영체계와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전금업자 DR센터 구축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DR 시장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DR 필요성이 강조되며 관련 시장은 활기를 띄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전환 바람이 일며 전통 금융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전자결제까지 DR 시스템 구축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 생성형AI가 도입되는 등 데이터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DR센터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도 훈풍이 예상된다”면서 “전금업자까지 DR센터 구축 의무화에 포함됨에 따라 신수요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 전금업자들을 중심으로는 DR센터 구축의무화가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간 거래액 2조'라는 일괄적 기준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금융당국이 당초 영세한 중소 전금업자에게 감독규정 개정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세부적으로 기준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거래 규모로 기준을 설정해 중소 전금업자들도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DR센터는 단순 건립뿐 아니라 유지, 운영 등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투자가 상당하다. 평균 두 자릿수 조 단위 거래액규모를 가진 상위업체에 비해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 전금업자들은 수백억~수조원대에 이르는 DR센터 구축 의무화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거래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네이버페이, 쿠팡페이, 카카오페이, 지마켓 등 10개사 연간 거래규모 합계는 106조원으로 전체 거래규모 약 96.4%를 차지한다. 중소 전금업자들이 짊어 질 부담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는 안정성 강화와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동의하면서도 비용과 효율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고 대응 프로세스 의무화가 아닌 그 방식에 해당하는 DR센터 의무화가 편의주의적인 기술규제라는 지적이다.
전금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사고 방지와 사고 발생 시 대응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다 세세한 기준과 점검이 동반되어야한다”면서 “이미 클라우드 기반 대응 체계를 가동 중임에도 DR센터 구축 의무화라는 일괄적 규제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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