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기반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2005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숫자 '10'이 반복되는 이유는 풍요와 수확의 달인 10월과 임신 기간 10개월이란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인구 절벽'이라 불릴 만큼 꾸준히 감소해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사회 상황에서 임신과 출산은 그 어느 때보다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새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임산부는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경험한다. 특히 출퇴근을 반복해야 하는 '워킹맘' 임산부는 평소 겪지 못한 통증이 느껴져도 이를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허리 통증이다. 실제 임산부 10명 중 7명은 임신 기간에 허리 통증을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임신 기간 중 허리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무게중심이 복부 쪽으로 이동해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으며,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늘어난 체중에 적응하지 못해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임신 중에는 점차 커지는 자궁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키는 '릴렉신'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는데 이 때문에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결합력이 떨어지면서 허리 통증의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진다.
문제는 임산부 대부분이 태아를 생각해 통증을 견디고 치료를 미룬다는 점이다. 하지만 점점 불러오는 배를 지탱하기 위해 척추가 앞으로 과도하게 휘어지면 '척추전만증'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방치할수록 척추뼈 사이 디스크(추간판)에 압박이 가해져 '허리디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허리 통증이 이어진다면 전문의를 찾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치료에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한의학의 침 치료는 임산부 허리 통증 치료에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침 치료는 화학적인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한 통증 개선에 효과적이다.
임신 중 침 치료가 안전하다는 결과는 과학적인 연구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학술지 산부인과 국제 저널(BJOG)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침 치료는 조산과 사산, 유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표본코호트 데이터베이스에서 2003년부터 2012년 사이에 임신 진단을 받은 여성 2만799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침 치료의 안전성을 살폈다. 그 결과, 임신 중 침 치료를 받은 임산부와 침 치료를 받지 않은 임산부의 분만 결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 당뇨병, 고혈압 등 고위험 임산부 그룹에서도 침 치료가 분만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
임신 중 허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신 초기부터 통증 예방과 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고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기 위해 가벼운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지속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임신 중기에는 허리를 따뜻하게 찜질해 혈액순환을 돕고 통증을 완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출산이 임박했을 시점에는 옆으로 편안히 누워 다리 사이에 베개나 쿠션을 끼우고 자는 것이 증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모든 게 처음인 초보 엄마는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조금씩 불러오는 배가 그저 신기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하지만 뱃속 아이와 함께하는 10달간의 임신 기간은 태아뿐만 아니라 출산 후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나 자신의 건강부터 꼼꼼히 관리해야 태아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자.
인천자생한방병원 우인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