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이 공동연구로 영유아가 뇌수막염에 취약한 원인이 미성숙한 뇌수막 면역장벽임을 새롭게 규명했다. 바이러스의 뇌 침입 감염을 방어하는 뇌수막 면역장벽 핵심으로 뇌수막 대식세포의 역할을 강조했다.
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김영찬 연구원(현 서울대병원 내과 전임의), 안지훈 선임연구원팀이 이룬 성과다.
중추신경계를 보호하는 대식세포 역할과 뇌수막염 발생 기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이뮤놀로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7일 온라인 게재됐다.
인체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 안쪽으로 촘촘한 혈액-뇌 장벽, 바깥쪽으로는 뇌수막이 둘러싸고 있다.
또 이상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역세포 이동이 특정 관문을 통해 이뤄지도록 보호한다. 이런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을 중추신경계 경계라 일컬으며, 대표적으로 뇌수막이 있다.
이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뇌수막염이라고 한다. 영유아 세균성 뇌수막염은 사망률이 15%에 이른다. 생존하더라도 약 15%는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아 정상적인 삶이 어렵다.
뇌수막염 원인은 바이러스, 세균, 진균 감염으로 알려져 있으나, 혈액을 통해 침투한 감염원이 어떻게 뇌수막이나 뇌까지 도달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또 영유아에서 치명적인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성인에서는 뇌수막염을 일으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중추신경계 경계 부위 세부 조직인 경막, 연질막, 맥락막총의 특성을 비교해, 경막이 뇌척수액과 혈류 교류로 감염에 취약한 조직임을 확인했다. 특히, 경막의 정맥동혈관이 뇌수막염 바이러스 이동 경로임을 밝혔다.
뇌수막염 바이러스 감염 생쥐 모델을 비교.분석한 결과, 어른 생쥐(생후 28일)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이 뇌수막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나, 새끼 생쥐(생후 7일)에서는 뇌수막염 바이러스가 경막의 정맥동혈관으로부터 뇌에 퍼지면서 염증이 악화되고 생존율이 10%로 크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런 감염 차이 원인을 경막 내 면역세포에서 찾았다. 새끼 생쥐에는 어른 생쥐에서 보이는 성숙한 면역세포가 다양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나아가 각 면역세포에 대한 제거 항체를 투여하거나, 선택적으로 면역세포가 제거된 유전자 변형 생쥐 모델을 통해 경막 대식세포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막 대식세포 중 정맥동혈관 주변에만 밀집돼 있는 'MHCIIhi(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class II)'대식세포가 감염 차단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새끼 생쥐에서는 이 대식세포가 결핍돼 있었다.
연구팀은 MHCIIhi 대식세포들이 혈류를 타고 경막 정맥동혈관을 통해 경막 조직으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경막 정맥동혈관 내피세포는 다른 부위와 달리 면역세포 이동을 촉진하는 세포접합단백질을 높게 발현했다. 이것이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으로 대식세포가 모여드는 원인이었다.
또 연구팀이 정상 어른 생쥐의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 대식세포를 제거하자 뇌수막염 바이러스가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과 연질막까지 퍼져 감염이 확산됐다.
이로써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에 밀집된 MHCIIhi 대식세포가 바이러스의 뇌 침입 감염을 방어하는 면역장벽 형성에 핵심임을 증명했다.
김영찬 연구원는 “이번 연구는 혈액-뇌 장벽의 미성숙으로 인해 영유아가 뇌척수막염에 취약하다는 기존 학설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며 “영유아에서 뇌수막염이 치명적인 새로운 원인을 밝히고, 뇌수막 정맥동혈관주변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감염 보호에 중요하게 작용함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공동교신저자인 고규영 단장은 “뇌수막에 다량 존재하는 면역세포, 혈관 및 림프관 등의 긴밀한 소통 체계가 어떻게 뇌를 외부 유해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지 알게 됐다”며 “뇌 인지기능, 신경계질환, 감염질환 등에 대한 전혀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