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소송전이 상호 합의로 막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국회와 정부가 망 공정기여 정책 논의 동력을 이어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여당과 야당은 양사간 분쟁과 별개로 지속가능한 인프라 진화가 가능하도록 통신사와 콘텐츠기업(CP) 등이 망에 공정하게 기여하도록 정책환경 조성에 노력해왔다. 시장의 공정한 룰 셋팅을 위해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앞서 망 공정기여 정책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전문가와 산업계 의견이 제시됐다.
◇망 이용대가 분쟁, SKB '판정승'
10일 통신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소송전에서 SK브로드밴드는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비밀유지협약(NDA)에 따라 구체적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해 보면 SK브로드밴드는 수백억원에 상응하는 경제가치를 넷플릭스로부터 지불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통신업계에선 넷플릭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망 이용대가 직접 지불 또는 넷플릭스 가입자유치에 따른 수익배분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글로벌 통신컨설팅기업 인포마가 운영하는 미국 통신전문지 라이트리딩은 SK브로드밴드가 400억원 규모의 망 이용대가를 지급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안에 정통한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양사간 계약 내용이 드러난다면, SK브로드밴드 판정승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은 기본적으로 기업간 자율 협상의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해외 정책당국자, 국내외 기업은 소송 결과를 정책입안과 협상에 참고하려 했다. 명확한 결론이 얻어지지 못한 것은 과정 측면에서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정책방향을 결정짓기 전 기업간 소송 결과에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양승희 세종대 교수는 “만약 판결문이 나왔다면 국제적 바이블 처럼 활용됐겠지만, 오히려 나오지 않은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통신사와 CP간 트래픽 양도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판결문 통해 일률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개별협상 면에서 유연성이 저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망이용 정책환경 조성 노력 지속
실제 국회는 바람직한 망 투자 기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국정감사 질의에서 망 이용대가 문제는 단골 소재가 됐고,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8개의 망 공정기여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망 이용대가 문제제기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원욱 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11월 넷플릭스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면담하면서 넷플릭스에게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는 지난해 국감에서 구글의 망 이용대가 추산액이 약 9000억원이라고 제시했다. 조승래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지난해 미국 구글 본사를 직접 방문해 망 이용대가 문제 해결의지를 보였다.
이원욱·박성중·조승래 의원을 비롯,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전혜숙·민형배·윤영찬(이상 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전기통신사업법에 거대 콘텐츠 기업과 통신사간 협상의무를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8개 법안은 콘텐츠 기업에게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거나 일정금액 이상을 내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기업과 통신사간 협상력 차이를 고려, '공짜 망 이용대가'를 금지한다는 상징 조항을 명문화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민간이 자율 협상에 나서도록 최소한의 의무를 부과했다.
이같은 법안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원활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사업자간 협상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정책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망 공정기여, 21대 국회에서 매듭 필요
해외 정책당국자, 기업도 망 이용대가 논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 방식을 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통신사와 CP간에 망 이용대가 협상 의무를 부여하고, 협상 결렬 시에는 제3의 중재 기관에서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의 8개 법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제출됐다. 21대 국회가 지나면 법안이 회기중 제출된 법안은 자동 폐기되는 만큼, 내년 4월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망 공정기여 정책, 사업자간 협상 실태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문가는 국회와 정부가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라는 기업간 소송이 끝났다고 해서 논의를 멈출게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새로운 큰 틀에서 정책을 입안해 달라고 주문했다.
양 교수는 “국회에 제시된 법안 공통점은 CP의 망 이용대가 분담과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기업간 자발적이고 원활한 협상을 원칙으로 협상 가이드라인 또는 대형CP의 부담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큰틀을 잡아주는 제도 측면에서 보완해가며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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