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과학관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아 최근 본관 상설4관(과학관 푸드코트 옆)에 문명사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조명하기 위한 과학기술문명사관을 오픈했다.
산업과학과 전통과학을 알리는 특화된 과학관이라는 점에 걸맞게 과학기술문명사관은 우리 전통과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다양한 전시물을 기획·배치, 관람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과학기술문명사관은 조선시대 과학기술 대표 산물인 자격루를 제작·설치하기 위한 사업으로부터 시작됐다. 자격루는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물이 원통 형태 '수수호'에 흐르면, 수수호 내부 잣대가 떠올라 구슬을 떨어뜨려 시각을 알리는 과정으로 동작한다.
아날로그 신호(차오르는 물)를 디지털 신호(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떨어지는 구슬)로 변환하는 과정을 구현한 것이다. 그외 자격루에는 힘의 증폭과정, 힘의 변환 등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의 과학기술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과학 산물이다.
대구과학관은 관람객들이 기초 물리법칙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콘텐츠가 자격루라고 판단하고, 2019년부터 복원 작업에 나섰다. 정확한 작동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통한 동작 분석을 기반으로 도면을 제작했다. 그동안 전통과학기기로서 자격루를 여러번 복원했지만 이번처럼 작동원리를 공학적 이론에 기반해 복원한 사례는 없었다.
과학기술문명사관은 자격루 복원과 동시에 '인간과 시간:시간측정과 공유의 역사'라는 대주제를 설정하고 △(인트로) 시간, 하루를 나누다 △(1존)문명과 함께한 시간 △(2존)조선의 표준시계, 자격루 △(3존)더 정확한 시간, 세계보편시간으로 △(4존)한국의 표준시계, 원자시계 △(아웃트로)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 총 6개의 전시구역으로 구성했다.
1존은 초기 문명사회에서도 시간제도가 운영됐음을 보여주며, 2존에서는 조선시대 표준시계를 담당했던 자격루 탄생을 다룬다. 자격루 자동시보장치를 경점을 알리는 철환의 작동 메커니즘은 자격루 미니어처와 CCD 카메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존에서는 17세기 과학혁명 시기에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진자의 등시성 원리 발견과 진자운동을 이용한 기계식 시계가 전시된다. 다양한 괘종시계 실물과 송이영의 혼천시계, 존 해리슨의 해상시계를 만나볼 수 있다.
4존에서는 우리나라의 시간측정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원자시계를 소개한다. 1존 자격루와 4존 원자시계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과거로부터 오늘까지 우리나라 시간 측정기술의 우수성이 이어져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존에는 특히 대한민국 제1호 통신위성 무궁화위성 1호(복제품, KT 소장)도 설치돼 있다.
우상민 국립대구과학관 관장직무대행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상설전시4관 개관은 다양한 전시콘텐츠를 확충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상설전시4관 개관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과학의 우수성을 관람객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