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 “원전 업계 목소리 높일 전문가 집단으로 키울 것”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력계는 세계적으로도 닫힌 세계입니다. 원자력끼리만 만나고 정보를 교환하는게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원자력계가 외부와 더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친환경성 등 원전의 탁월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지지는 약하다는 것이 정 회장 판단이다. 결국 전문가 집단이 나서 원전의 장점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 회장은 “원전은 가장 값싼 발전원이기 때문에 생산된 전력은 전부 판매 되고, 그러다보니 안전한 운전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다”면서 “이제부터는 정부에 바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계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 원전 전문가로 꼽힌다. 1983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과학기술부 원자력국 사무관,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부교수,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을 거쳐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언론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참여형 지식인이면서 탁월한 원전 연구자로도 꼽힌다. 그간 학술지·학술대회에 약 20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1일 제37대 원자력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정 회장은 원자력학회의 대응방안으로 국내 원전 업계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후유증을 극복하는 일이 우선 시급하다고 봤다.

정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원전 산업 부문은 신한울3·4호기 건설이 중지됐고,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 건설이 백지화됐다”면서 “원자력 연구 부문도 안전, 방사선, 해체, 방사성폐기물 이렇게 4개 분야로만 국한된 결과 수소생산용 원자로 등 원자력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원자력학회를 연구 수준이 높은 전문가 집단으로 키우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은 “그간 원자력학회는 양적으로 커져 회원수가 6000명에 육박하고, KNS의 학술지인 NET(Nuclear Engineering Technology)는 원자력부문 세계 5위의 학술지가 됐다”면서도 “학술대회는 보다 수준을 높일 여지가 많고,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갈 준비가 돼 있는지도 회의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자력계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전문가 집단이 사회적 책무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 정부에서 신규 원전 부지 확보 등 확실한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도록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넣겠다고 했지만 부지 확보를 전기본 수립 이전에 해야 하는데 추진되는 것이 없다”면서 “원자력 산업을 떠나서는 한전이 적자를 면할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형 원전 수출과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원전을 수출해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가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면서 “사용후핵연료 법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