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행보를 유지했다.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13개월 만이다. 다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3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7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전월 대비 10억7000만달러가 늘었다.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상품수지,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기업이나 정부가 행한 모든 대외적인 경상거래에 의한 수입과 지출 차액을 말한다. 지표로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먼저 8월 상품수지가 50억6000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규모는 전월(44억4000만달러)보다 6억2000만달러 늘었다. 상품수출의 경우 석유제품이 감소했지만 승용차 호조, 반도체가 회복하면서 감소율이 전월 -14.6%에서 8월 -6.5%로 축소됐다. 상품 수입은 원유 등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 영향으로 원자재가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자본·소비자가 줄면서 감소율은 전월(-22.7%)과 유사한 -21%로 나타났다. 수출은 줄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였다.
여행수지는 출국자 수가 7월보다 줄고 입국자는 늘면서 적자 폭이 7월 -14억3000만달러에서 8월에는 -11억4000만달러로 2억9000만달러 축소됐다.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는 국내 기업 해외 자회사로부터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증가해 4000만달러를 기록해 소폭 흑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이자소득을 중심으로 14억7000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동원 부장은 “국내 상장사의 경우 통상 4월에 결산배당을, 그 외에도 5월, 8월, 11월 분기배당을 한다”며 “이번 8월의 경우 전기·전자, 금융에서 배당이 늘었고, 그 배당액이 평소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57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4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7억달러 늘었다.
올해 1~8월 경상수지는 누적 109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6억6000만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흑자 폭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증함에도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원 부장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발발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건 맞지만 국제금융시장, 우리나라 시장에서 (이 여파가)장기화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며 “9월 통관 수치가 잘 나왔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 9월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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