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자만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12일 새벽 12시30분께 개표율 91.68%인 상황에서 12만 6556표로 56.91%를 얻어 남은 결과에 상관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8만 6837표로 39.05%에 그쳤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3984표로 1.79%에 머물렀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와 김유리 녹색당 후보는 각각 1.39%(3106표)와 0.2%(463표)를 기록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진 후보는 1967년 6월 19일생으로 전주완산고등학교와 경찰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 현재는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정치법학과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진 후보는 2013년 서울지방경찰청 양천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경찰청 정보국장과 전북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2022년에는 경찰청 차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번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48.7%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50만 603명 중 총 24만 3665명이 투표했다. 이는 지난해 열린 지방선거의 전국 평균인 50.9%보다 2.2%P 낮은 수치다. 아울러 지난 지방선거 당시 강서구 투표율인 51.7%보다도 3.0%P 낮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은 22.64%로 나타남에 따라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진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김 후보를 압도했다. 사전투표함이 먼저 열린 탓에 국민의힘 측에서는 본투표 결과에 따라 따라붙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김 후보는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진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를 상칙과 원칙의 승리로 평가했다. 진 후보는 개표율 71.57%를 기록한 11일 밤 11시 40분께 “상식의 승리와 원칙의 승리다. 강서구민의 위대한 선거였다”면서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구정 공백을 채우기 위해 1분 1초를 아끼겠다. 강서구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도 비슷한 시간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김 후보는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진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강서구의 발전을 위해 민생을 잘 챙겨주길 부탁드린다”고 말을 줄였다.
양당의 희비도 엇갈렸다. 2년 전 4·7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3연패에서 탈출한 민주당 지도부와 진 후보 지지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승리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자만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 후보 당선이 확실해지자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겪은 갈등에 대한 단합의 메시지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 여전한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경제·안전·평화·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새삼 다짐한다”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본지에 “큰 승리를 거뒀다고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더욱 겸손하게 민심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개표 결과를 지켜본 국민의힘은 패색이 짙어지자 패배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강서구민 여러분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 더 고개를 숙이고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먼저 다가가는 국민의힘이 되겠다”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오직 '민생'만 바라보며 비정상의 정상화, 자유 민주주의 복원, 민생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서구민과 국민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