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투명망토로 잘 알려진 메타물질은 빛의 성질을 완전히 무시하는 나노 인공구조체다. 이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제작공정이 필요하다.
포스텍(POSTECH)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기계공학과 김원근 연구원, 통합과정 김홍윤 씨 연구팀이 3차원 나노 프린팅과 공동 조립기술을 결합한 공정법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메타물질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연구성과로 평가된다.
메타물질은 실리콘과 레진(플라스틱) 등 물질 표면을 물리·화학적으로 증착하고, 깎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공정은 비용이 매우 높고, 적용가능한 물질에 제한이 있어 최근 학계에서는 표면을 깎아내는 방식이 아닌 입자를 쌓아가며 메타물질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3차원 나노 프린팅 기술과 공동 조립기술을 이용했다. 우선 크기가 서로 다른 실리카(유리)와 금 나노 입자를 라즈베리 형태의 메타분자로 만들었다. 이를 층층이 쌓아올려 밀리미터(㎜) 크기의 메타물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공정보다 경제적인 장비를 이용해 원하는 형태로 메타물질을 만드는 공정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제안한 공정으로 제작된 메타물질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큰 산란광 감소 효과를 보이는 등 빛을 제어하는 데 우수 성능을 보였다. 용액 상에 존재하던 메타분자의 광학적 특성을 전문적인 장비로 검증했던 기존과 달리 밀리미터 크기 구조체를 통해 간단한 현미경 셋업은 물론이고 육안으로도 그 결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어 메타물질에 사용된 실리카와 금 나노 입자의 비율을 조정, 광학적 특성을 세밀하게 조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노준석 교수는 “기존 메타물질 제조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로운 형태의 나노 광자 설계와 구현이 가능해졌다”며 “이 기술은 사용되는 물질 선택의 자유도가 매우 높아 양자점, 촉매 입자, 고분자 등 다양한 물질을 공정에 적용할 수 있어 메타물질 연구 이외에도 센서와 디스플레이와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RLRC지역선도연구센터, 미래융합 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나노·마이크로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