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가 지난 8월 기준 1110조원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고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웃돌면서 전달보다 12조1000억원 증가, 1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정부의 올해 말 전망치(1101조7000억원)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정부는 9월 24조원 등 향후 국고채 상환 일정을 고려할 때 연말 국가채무가 전망치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정부를 포함한 한국의 나랏빚은 지난해 처음 1000조원을 넘었다. 최근 5년 사이 급격히 불어난 결과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1년 970조7000억원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도 긴축재정을 천명했지만 2022년에는 이보다 97조원 가까이 증가, 역대 첫 1000조원을 넘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도 우리나라 채무 증가는 다른 나라보다 속도가 빠르다.
나랏빚이 급증하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계·기업부채와 맞물려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나라 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8월 말 현재 6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곳간이 비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세수는 줄어들고 복지 수요는 늘어나는데 빚만 늘어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로 넘어간다.
재정건정성을 확보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골자의 법안은 국회에 잠들어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돈줄을 옥죌 것 같지도 않다. 위험을 알고도 방치한다면 직무유기다.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