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분교로 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재개발 지역 등 과밀학급 지역에서도 분교를 신설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역 초등학교 중 학생 수가 적거나 지나치게 많은 곳에 분교를 만드는 '도시형 캠퍼스 설립 및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학생수 급감으로 통폐합·폐교 위기를 겪는 학교가 늘고 있다. 반면에 재개발·재건축 지역 등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는 곳에서는 학교가 부족하니 더 지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위기 학교를 보존하고, 과밀학교는 분산하는 내용의 '도시형 캠퍼스'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핵심은 기존 학교나 새로 지어지는 학교가 다른 학교 소속의 학교인 '캠퍼스(분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형캠퍼스는 크게 '개편형'과 '신설형' 2가지로 나뉜다.
개편형은 학령인구 급감 지역에서 기존 소규모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학교인 A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면, 인근 B학교의 분교인 'B학교 캠퍼스'로 흡수돼 학교를 유지할 수 있다.
개편형에는 기존 학교 시설을 유지한 채 운영 방식만 캠퍼스 형태로 개편하는 '제2캠퍼스 학교'와, 학생 수에 비해 넉넉한 학교 용지를 분할해 한쪽에 아파트 등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주교복합학교' 유형이 있다.
주교복합학교는 공급세대 일정 비율을 초등학교 학부모가 입주하는 조건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SH공사, 국토부와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신설형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으로 학생이 급증하는 지역이나, 통학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도시형 캠퍼스를 신설하는 유형이다. 과밀학급이 많은 C학교의 경우 인근 재건축·재개발 지구에 D학교를 'C학교 캠퍼스'로 신설할 수 있다.
신설형은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당사자 기부채납을 원칙으로 한다. 신설형 모델에는 개편형과 같이 제2캠퍼스 학교, 주교복합학교 모델이 있다.
이외에도 학교 인근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매입해 짓는 '매입형 학교',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도시형 캠퍼스로 만드는 '공공시설 복합학교' 등도 있다.
한 학교가 캠퍼스로 바뀔 경우 2개 학교에 1명의 교장과 행정실장이 존재하게 된다. 원래 학교의 교감과 교원은 그대로 남는다.
학생도 분교와 본교 사이를 옮겨 다닐 수 있다. 다만 안정적 학사 운영을 위해 한 학년을 다닐 때는 해당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한다.
인근 학교 중 어떤 학교를 본교로 지정할지는 분교로 바뀌는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로 결정한다. 신설되는 학교에서는 교원과 지방공무직, 공무직을 정원 기준에 맞춰 늘릴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생회, 학부모회도 본교와 통합 운영되며, 교육과정도 같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2월까지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에 도시형 캠퍼스로 지정할 학교를 검토해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관계자 회의와 학부모 동의 절차를 밟으면 2025년부터 도시형 캠퍼스 학교가 만들어지게 된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 전역의 학생 수 감소, 지역별 개발 및 선호도 차이에 따른 인구 불균형, 교육격차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시형 캠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