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보위원장 “글로벌 대기업과 싸우기엔 소송 예산·인력 턱없이 부족”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신생 조직이고 소송 관련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제약입니다.”

취임 1주년은 맞은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지난해 글로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처분했고, 수십억원대 처분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만큼 무게감 있는 행정소송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9월 구글과 메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구글엔 692억4100만원, 메타에는 308억6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구글·메타는 이에 불복하며 지난 2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고 위원장은 “연간 소송 관련 예산이 2억원으로, 올해만 해도 지난 8월 1억9000만원을 넘게 쓰며 이미 다 소진했다”면서 “처분이 늘면서 소송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뿐더러 한국은 1심 소송을 제기하면 상고·항소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소송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고 위원장은 마이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향후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개인정보위 조직도 이에 맞춰 변화했다. 위원장 직속으로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을 신설했으며, AI프라이버시 전담팀도 출범했다.

고 위원장은 “정보주체(국민)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옮길 수 있고 원하면 멈출 수 있는 등 능동적 주체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는데,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국민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에 뒤이은 AI 규제와 관련해선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두 가지 길을 설명했다. EU는 AI법(AI act) 제정 막바지에 들어섰으며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구글·아마존·메타플랫폼 등 빅테크 기업이 자발적으로 AI 안전성 확보 조치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고 위원장은 “EU와 미국 모두 참조할 것이 있고 타산지석 삼아 주의해야 할 시사점도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는 어떻게 제3의 길을 찾아갈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위상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한국 모델을 개발해 다른 국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단계가 됐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취임 이후 △마이데이터로 도약하는 데이터 경제시대 △글로벌 규범 주도하는 개인정보 선도 국가 실현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개인정보 신뢰 사회 구현 등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해왔으며, 향후에도 이 방향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 영역은 법 자체도 복잡할 뿐더러 너무나도 중요해졌다”면서 “기업도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더 많은 고민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