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C-ITS 통신 논쟁 종식하고, 5G-V2X로 나아가자

홍승수 에티포스 CMO
홍승수 에티포스 CMO

C-ITS사업 핵심은 V2X (차량 대 사물)기술이다. V2X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인프라, 차량과 보행자를 무선통신으로 연결, 교통사고 방지와 레벨4이상 고도화된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인 통신기술이다.

우리나라는 통신 방식 선정을 두고 부처간 이견으로 C-ITS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수 년간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장비 및 기술 개발에 투자해온 중소중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통신 강국을 자부해온 한국의 V2X 산업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통신 방식 선정을 두고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으나 2021년 이를 종식하고 셀룰러 방식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도로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동시에 2028년에는 차세대 방식인 5G-V2X를 도입하는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유럽은 이달 3일 V2X 관련 법안(ITS Directive 2010/40) 수정안이 유럽 의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돼,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통신 방식 관계없이 C-ITS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기틀을 마련했다. 5GAA 등 관련 기관·기업은 이 기세를 몰아 5G-V2X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C-ITS 사업 초기부터 정부 주도로 셀룰러 방식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C-ITS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V2X 통신 방식 논쟁을 극복하고 정책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즉, 정책 당국이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기업이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전념할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통신 방식 논쟁을 종식하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할 때다.

필자는 위기에 처한 V2X 산업 종사자로서 'C-ITS 표준화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연말까지 단일 표준을 결정하기로 한 것을 환영하며, 중책을 맡은 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간절히 호소한다.

첫째, 핵심은 '통신방식'이 아닌 '서비스'다. 통신 방식은 목적이 아니라 도로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증대하고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안전성이 검증된 어떤 방식이든 우선 도입해 국민이 체감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단일한 V2X 통신 방식을 선정해 조속히 C-ITS 서비스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둘째, 만일 셀룰러 방식이 선정된다면, 차세대 기술인 5G-V2X 이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LTE-V2X는 기본 안전 중심의 초기 서비스를 위한 것이며, 자율주행 등 고도화된 서비스를 위해서는 5G-V2X가 필수적이다. 중국·미국·EU 각국은 이미 5G-V2X로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뒤쳐진 한국 V2X 경쟁력을 위해서는 LTE-V2X를 기반으로 기본 안전 서비스를 전개한 후, 5G-V2X로 신속 이행하는 로드맵이 이번 방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중복 투자 방지 방안이 필요하다. DSRC과 C-V2X는 상호호환되지 않는다. 통신 방식을 변경하면 장비를 교체해야 하므로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한다. C-V2X 방식에서도 LTE-V2X와 5G-V2X는 호환이 불가하다. 5G-V2X는 LTE-V2X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차원이 다른 기술이기 때문이다. 즉, LTE-V2X로 먼저 전개하고 5G-V2X로 이행해야 한다면, LTE-V2X 장비를 폐기하고 5G-V2X 장비로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또 발생한다. 그러므로, 통신 표준이 진화해도 장비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5G-V2X로 이행하는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위원회에서 그간 소모적 논쟁을 종식하고 국가 기술 및 산업 경쟁력 강화의 초석을 깔아 주기를 기대하는 바다.

홍승수 에티포스 CMO sungsoo.hong@etti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