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중동전쟁 비화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그 시작점에서 '신화'에 금이 갔다.
이스라엘의 든든한 강철 지붕, '아이언돔'이 약점을 노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사한 수많은 로켓이 이스라엘에 떨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이 2011년 개발·도입한 대공 미사일 기반 방공망이다. 방공망이 돔 형태고, 성능도 뛰어나 아이언돔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사거리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와 유사한 개념이다.
국토를 노리는 로켓 등 물체를 미사일로 격추, 요격하는 것이 그 요체다.
요격까지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레이더가 목표 대상이 되는 로켓을 발견, 이동 궤적을 추정하면 사격 통제 시스템이 적절한 공중 요격 장소를 산출한다. 이후 곧장 타미르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 과정은 꽤 복잡하고, 담긴 기술수준도 높다.
특히 레이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개 전파 송수신 모듈이 각기 레이더 역할을 하는 위상배열 레이더를 썼다. 이를 통해 여러개 표적을 동시 탐지하고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미르 미사일도 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물에 닿을 때까지 계속 미사일 궤도를 수정한다. 목표 대상에 신호를 발사하고,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받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로를 다잡는 과정을 반복해 요격 성공률을 끌어올린다.
아이언돔 1개 포대는 30기 이상 로켓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격률도 상당하다.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은 9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2021년 하마스와의 무력충돌 당시 아이언돔으로 대부분 로켓을 요격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이언돔은 그 이름에 부합하는 위상을 갖고 있었다. 한 발 발사에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고비용이 문제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문제는 상대의 막대한 물량공세였다. 몰매에 장사가 없었다. 하마스는 그동안 로켓을 간헐적으로 쏴왔다. 그러다 이번 전쟁 개전 초에는 급격한 물량을 쏟아냈다. 하마스는 첫 20분통안 5000발이 넘는 로켓을 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는 대규모 물량전에 적합한 '까삼로켓'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삼로켓은 값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설탕과 초석, 비료가 연료인 재래식 급조 무기다. 사거리도 5~10㎞ 수준으로 길지 않다. 로켓 자체도 조악하고 유도 기능도 없다. 그러나 한 기를 만드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많은 양을 이루기에 이만한 전력이 없다. 하마스가 이런 까삼로켓 특성을 활용, 이전보다 더 많은 발사체를 쏴 아이언돔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번 아이언돔의 위상 추락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목을 끌었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맞서 아이언돔 국내 도입이 고려되기도 했던 탓이다.
값싼 까삼로켓의 물량공세로 아이언돔의 허점이 노출된 데다, 하마스의 군사역량이 북한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키워왔던 아이언돔에 대한 기대감과 도입 계획은 새로운 변수를 맞게 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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