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개발은행(MDB)이 작년 한해 제공한 기후금융규모가 61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 정부도 녹색성장기금을 8000만달러로 증액했다. 국내외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통한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MDB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번 총회는 저소득·중산층을 위한 공공 기후금융 확대가 최우선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MDB 그룹은 기후금융 자금 중 607억달러를 저소득·중산층 지원을 위해 배정했다. 63%(380억달러)가 기후변화 완화, 나머지 37%(227억달러)가 기후변화 적응에 쓰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자금 169억달러가 동원됐다.
ADB의 경우 지난해 기후변화 완화 43억달러, 기후변화 적응 28억달러 등 71억달러의 기후금융 지원을 확정했고, 민간자금도 5억4800만달러 동원했다.
MDB 그룹은 2019년 유엔(UN) 사무총장 기후행동회의에서 자체 설정한 2025년 기후금융 목표를 2021년부터 2년 연속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MDB 기후금융은 2019년(616억달러) 대비 62% 증가했고, 저소득·중산층 지원금액은 2019년(415억달러)보다 46% 늘었다.
워렌 에반스 ADB 기후특사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포진한 아태지역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 회복역량을 강화해야한다”면서 “이에 필요한 수십억달러에서 수조달러를 충당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민간자금을 동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기후기금(GCF)도 최근 2차 재원보충을 거쳐 93억달러로 증액됐다. 한국도 3억달러를 추가 공여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홍수·태풍·폭염·가뭄 등 기후재난 취약국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도록 그린 공적개발원(ODA)를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이 반영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번 WB·IMF 연차총회 기간 아제이 방가 WB 총재를 만나 “한국정부는 녹색성장기금을 기존 5000만달러(2020년~2023년) 규모에서 8000만달러(2024년~2027년)로 증액해 WB의 새 목표인 '생존 가능한 지구' 달성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MDB를 비롯한 국내외 ODA 시장에서 기후금융 지원규모가 커지며 한국기업들의 해외 녹색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문호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이 국내 ODA사업에서 수주실적을 축척한다면 해외시장에서 MDB가 발주한 유사 프로젝트에서도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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