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완성차업계에서 예상보다 빠르고, 넓게 LFP 배터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에 선제 대응한 중국 배터리 업체와 경쟁하려면 개발·양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기존 전기차 수요를 능가할 보급형 모델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데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성능도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테슬라, 비야디(BYD) 등 해외 업체는 물론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업체도 기존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외에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을 늘리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다. 초기 전기차 수요는 전기차 얼리어답터가 불러온 '전기차 빅사이클'에 따라 일어났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출시 열풍이 불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호황에 지난해 802만대라는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완성차 업계는 여기서 나아가 가격에 민감한 전기차 대량 구매자(Mass Majority)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고성능 전기차에 차값까지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를 위해 기존 삼원계 배터리뿐 아니라 저렴한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LFP 배터리에 신소재를 추가해 성능을 높이는 시도에 나섰다.
중국 BYD는 자체 개발한 LFP 배터리만으로 올해 1~8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에 올랐다. 테슬라는 주요 차종인 모델Y에 LFP 배터리를 탑재해 한국에서도 판매 중이다.
한국 완성차 업체도 LFP 배터리 탑재 행렬에 동참했다. 기아는 지난달 경형 전기차 레이EV에 LFP 배터리를 탑재한 상품성 강화 모델을 출시했다.
기아는 고성능 LFP 배터리에 기존 차량 제조역량을 결합해 600㎞를 주행하는 전기차 EV5를 중국에 이어 연내 국내에도 출시한다.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출시할 EV3, EV4에도 LFP 배터리 탑재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내년 나올 예정인 신형 전기차 캐스퍼에 LFP 배터리를 탑재할 방침이다. KG모빌리티는 전기 SUV 토레스 EVX에 LFP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킨 차종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수요를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고성능 LFP 배터리 공동 개발 움직임도 보인다. 초기 수요는 중국산 중심으로 대응하지만 앞으로는 한국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뿐 아니라 LFP 배터리 성능을 강화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