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이테크 기술을 일컫는 '딥테크(Deep-tech)'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면서도 수면 깊은 곳에 숨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의미한다.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 민간보다는 공적 자금의 장기 투자가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챗GPT로 급부상한 오픈AI도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뚫고 대표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딥테크팁스를 도입한 이유다. 딥테크팁스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3억원 이상 투자한 딥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15억원 연구개발(R&D)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마케팅 자금을 지원한다.
전자신문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딥테크 스타트업을 10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 주〉
양자기술은 기존 디지털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기술 등장을 가능케 할 핵심으로 꼽힌다. 2021년 기준 세계 양자시장 규모는 21억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연 평균 20% 이상 높은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주요 양자 기기 가운데 가장 빠른 상용화를 앞뒀다. 양자컴퓨터 등장에 따라 기존 디지털컴퓨터로 풀 수 없었던 소인수 분해 기반 암호체계 붕괴가 예상되는 만큼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큐심플러스는 양자암호통신망 구축과 운영을 위한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큐심플러스 최우선 과제는 '중첩', '얽힘', 관측에 따라 정보가 바뀌는 양자 현상의 움직임을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모사하는 시뮬레이터 개발이다.
양자기술은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지만 국내 양자기술 생태계는 아직 저변이 취약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양자기술 수준은 최고 선도국의 62.5% 수준, 양자인력도 지난해 기준 384명에 불과하다.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반도체 역량을 갖췄지만, 핵심인력이 부족하고 산업 생태계도 미흡하다.
큐심플러스 목표도 광소자를 이용해 양자기술 기본 원리를 파악하고, 다양한 회로 구성에 대한 결과와 중간 과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SW를 개발해 양자암호통신 생태계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회사는 이미 여러 국책·민간과제를 통해 다양한 양자암호통신 프로토콜 구현에 성공했다. 오류정정, 비밀성 증폭 등 양자암호통신 후처리 부문 역시 고려대 연구실 독자 특허 기술을 확보했다.
회사 양자암호통신용 SW 시뮬레이터 '큐심프로'는 이미 CES 및 에디슨 어워드 등 세계 유수 전시회에서 수상했다. 양자정보통신 분야 유일한 사례다. 내년 초에는 국내 대학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양자기술 분야 생태계 저변을 넓히고, 우수 인력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다. 추후 개발용 시뮬레이터로 판매 경로를 다각화하는 것이 목표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직관적으로 파악이 어려운 양자 현상을 가시화할 수 있는 만큼 연관 장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대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 양자통신 시스템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일반 대기업 역시 양자통신 사업 시장 창출을 위한 전략 구상에 용이하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도 양자통신 부품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큐심플러스 기술력은 이미 양자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주목받는 단계다. 양자분야 전문성을 갖춘 노광석 대표와 양자기술 진흥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고 있는 허준 고려대 교수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한 만큼 연구 신뢰도 높다. 큐심플러스는 고려대기술지주로부터 3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해 딥테크팁스 사업에 참여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