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 원자력전지용 고효율 열전발전 소자를 개발했다. 우주 탐사선에 사용하는 원자력전지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독일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성능 검증도 받았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박수동·류병기·정재환 연구팀이 원자력전지용 '고효율 적층형 열전발전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원자력전지는 방사선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동력을 얻는다. 우주 탐사선, 탐사로버 등에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가 대표적 원자력전지다. 방사성동위원소(플루토늄-238, 아메리슘-241 등)는 밀폐 용기 내에서 스스로 붕괴해 섭씨 400~700도가 넘는 고열을 만든다. 원자력전지는 이 고열과 우주의 낮은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열전발전)한다.
원자력전지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발열체'와 이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열전발전 소자'가 핵심 기술이다. 발열체 개발은 국제적으로 제약이 따르지만 열전발전 소자는 KERI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이 이뤄져 현재 우리나라 경쟁력은 상위권이다.
원자력전지용 열전발전 소자는 저온에서 고온까지 각 온도대에서 최적 성능을 나타내는 열전반도체를 적층 형태로 배열해 만든다. 각 열전반도체가 최고 성능을 발휘하도록 온도 분포에 맞춰 최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열전발전 소자 성능을 좌우한다.
KERI는 이러한 온도 분포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열전반도체를 최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적층형 열전발전 소자'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온도와 최적 배치 데이터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신 열전효율 공식'도 개발했다.
적층형 열전발전 소자 설계 기술과 신 열전효율 공식을 결합하면 수백만개 이상의 열전반도체 적층 최적 조합 예측이 가능하다. 설계·탐색 시간도 수백 배 이상 단축할 수 있다.
KERI 연구팀은 적층형 열전발전소자 설계에 이어 소자 합성에도 성공했다. 실험을 통해 섭씨 500도 이상의 조건에서 기존 단일방식 소자보다 효율이 3% 이상 높은 것도 확인했다.
개발 소자는 원자력전지를 사용하는 우주항공과 국방 분야는 물론, 통신 장비, 광학 장치 냉각, 전기차 배터리 온도 제어 등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박수동 연구원은 “수 밀리미터(mm) 높이에서 2~4단 적층이 가능한 소자 설계와 합성 기술을 확보해 고효율화는 물론, 소형·경량화까지 이뤘다”며 “소형 위성, 탐색 로버 등의 보조전원으로도 적용 가능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KERI는 산업부 지원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독일항공우주연구원 성능 검증도 완료했다. 독일항공우주연구원과 또 다른 물질계를 활용한 '하이브리드형 적층 복합 열전발전 소자'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독일항공우주연구원측은 KERI 열전발전 소자 기술에 대해 “국제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다. 신개념 열전방정식을 적용한 소자는 원자력전지 성능을 크게 높이고, 우주 탐사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