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중학생 학부모가 시끌시끌하다. 2028 대입개편 시안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2028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현 중학교 2학년부터다. 핵심은 기존 국어·수학·탐구영역의 선택과목을 폐지하는 것이다.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을 공통과목으로 지정했다.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공통 시험 범위로 정했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응시자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해 과목간 벽을 허물고 융합 교육을 한다고 한다.
문제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생 부담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기존에는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 지원자에 따라 사회탐구는 윤리·지리·역사·일반사회 중에서, 과학탐구는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중 선택했다. 그러나 2028학년도부터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과목으로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
수학은 출제범위가 기존 수학Ⅰ·수학Ⅱ(공통과목),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선택과목)에서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좁혀진다. 그러나 교육부가 검토 중인 심화수학이 도입되면 미적분Ⅱ, 기하가 시험범위에 다시 포함된다.
문제는 지나친 공부 부담으로 사교육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사회와 과학 전체를 공부해야 하고, 심화수학으로 기존 문과 성향의 학생까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 스스로 입시를 준비하는 데 한계를 겪고 사교육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2028 대입개편 명분은 기존 문·이과 폐지를 넘어 실질적인 융합 사고를 가진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명분과 상관없이 오히려 대학입시 준비에만 초점이 맞춰진 학생을 길러내게 될 것이라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이 2028 대입 개편안은 고등학생의 다양한 역량 확보를 위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고교학점제 취지하고도 엇박자가 난다.
우리나라 대입 제도는 수차례 개편했지만,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때로는 다양한 인재 양성을 저해하거나, 사교육을 조장하는 형태로 변질되기도 했다.
대안이 있다. 대입 제도 개편을 정부 주도로 하지 말고, 실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게 자율권을 주는 형태로 맡겨보면 어떨까 싶다. 어느 대학이든 기왕이면 좋은 학생을 선발해 인재로 양성하고 싶어할 것이다. 대학이 원하는 좋은 학생 기준이 단순히 고교 전 과목 성적이 좋은 학생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과목 성적이 안좋더라도 수학성적이 월등하다면, 이 학생을 수학과에 입학시켜 세계적인 수학자로 양성해야 하지 않을까. 코딩을 월등히 잘한다든가, 누구보다 창업 아이디어가 좋고, 그 방면에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면 관련학과에 진학해 그 분야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러기 위해 대학 스스로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도록 학생 선발 자율권을 갖게 해줘야 한다.
해외 명문대학은 단순히 학생을 성적만 보고 선발하지 않는다. 학생이 살아온 이력을 보고, 수학 능력은 물론 성실성, 참신성, 사회성 등 다양한 면을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 이제 우리나라 입시제도도 이렇게 변화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경된다 하더라도, 대학과 학생 즉, 교육 수요자들이 알아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