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로 선정된 삼성전기가 현대차에 공급하는 카메라는 하이브리드 렌즈를 탑재한 제품으로 파악됐다. 하이브리드 렌즈란 유리(글라스)와 플라스틱 렌즈를 혼용한 것으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높으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춘 점이 특징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연내 하이브리드 렌즈 개발을 마친 뒤 해당 렌즈가 탑재된 카메라 모듈을 현대차에 내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현대차 후방·서라운드뷰모니티링(SVM) 등 차량용 카메라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동차용 카메라에는 주로 글라스 렌즈가 쓰였다. 빛을 잘 투과하고 굴절률이 우수해서다. 빛을 잘 투과한다는 건 깨끗하면서 선명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글라스 렌즈는 표면이 강해 흠집이 잘 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다. 여기에 열에 강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중요한 차량용에 적합했다.
하지만 유리는 무겁다. 유리 자체가 충격에 약하다보니 쉽게 깨질 수 있어 파손 위험이 있다. 또 유리를 렌즈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마' 가공을 해야 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제품 단가가 높은 것이 단점이다.
삼성전기는 유리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은 플라스틱 렌즈로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안했다. 최상의 이미지와 완성차 생산에 적합하도록 유리와 플라스틱 렌즈를 혼용한 것이다.
플라스틱 렌즈는 소재 무게가 적게 나가 경량화 이점이 있다. 또 사출성형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이 쉽다.
단, 온도·습도·진동 등에는 취약하다. 온도 변화에 의한 수축ㆍ팽창이 커 굴절률이 변화면서 성능 저하가 일어난다.
전장용 카메라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렌즈 수를 늘릴 수록 열, 충격 등에 의한 변형이 생겨 신뢰성을 만족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전기는 광학 특성이 중요한 외곽부와 이미지센서 쪽에는 유리를 썼을 것”이라고 전했다.
광학적 성능이 최우선되는 렌즈에는 유리를,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한 부분에는 플라스틱 렌즈를 써 성능도 만족하며 무게, 가격경쟁력, 생산성 등을 만족시켰다는 설명이다. 플라스틱 렌즈라 해도 하이브리드 카메라에 부품은 유리 보다 정밀한 설계가 요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전장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삼성전기 외에도 LG이노텍, 써니옵티컬 등이 하이브리드 렌즈를 개발 또는 양산하고 있으며, 카메라 모듈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렌즈 채택을 늘리는 추세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자율주행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개발해 운전자감시시스템(DMS)용 카메라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이브리드 렌즈 설계와 이를 완성된 카메라로 만드는 제조 기술이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이 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용 카메라를 만들 때부터 자체적으로 렌즈를 설계·제조하고, 핵심 구동 부품도 내재화한 것이 전장용 진입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달리 10년 이상 장기간 운행이 돼야 해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삼성전기는 자동차가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진화하는 '전장화'에 주목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육성 중이다. 장덕현 사장은 “앞으로 삼성전기를 자동차 부품회사로 봐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렌즈 공급과 관련해 삼성전기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