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결제회사들이 참여한 QR 공동 규격인 'EMV QR'이 예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QR 규격을 완성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각각 이해득실을 고려, 투자에 미온적이면서 마케팅 계획 등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지불결제 주요 회사들이 참여한 EMV QR 사업이 이미 QR 규격을 확정했지만, 예산 확보를 위한 협의체 구성이 잠정 보류됐다.
EMV QR은 국내 카드사(롯데·삼성카드·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밴사(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KIS정보통신), 간편결제사(카카오페이) 등이 공동 추진하는 모바일 결제 공통 규격 사업이다. QR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도입이 쉽고 비용이 저렴해 국내 모바일 결제 시대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판단해 추진됐다.
이렇게 모인 협의체는 필드 테스트를 통해 EMV QR 규격을 완성하고, 9월 중 예산 집행 등을 위한 추가 협의체 발족을 준비했다. 당초 마케팅 등 비용 집행을 위한 예산 집행 협의체를 별도 구성하기로 협의한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EMV QR이 완성됐지만, 업체들이 예산 투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현재까지 협의체를 꾸리지 못했다.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마케팅 등 비용 투입을 놓고 카드사는 좋지 않은 업황을 이유로, 밴사는 더 큰 회사가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하지 않겠냐는 이유로, 빅테크는 굳이 사업에 총대를 메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이유 등으로 예산 관련 협의체를 꾸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내부에서는 예산 집행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 불발되면 '각자도생(각각 스스로 살기를 꾀한다)'으로 EMV QR이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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