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전극공정 전문업체 피엔티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뛰어든다. LFP 소재 기술과 전극공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LFP 시장에서 국산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피엔티는 지난 6월 LFP 배터리 소재 개발을 위한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소재 전문가인 CM파트너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공기천 대표를 영입했다. 현재 김준섭 피엔티 대표와 공기천 대표가 피엔티머티리얼즈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피엔티는 내년 말까지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에 위치한 2공장에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 규모는 0.2GWh(200MWh)로 기획하고 있다. 라인 구축이 완료되는 대로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라인 구축이 완료되면 자체 생산한 LFP 배터리로 에너지저장장치(ESS)을 공략할 계획이다. ESS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크기나 에너지밀도 영향을 덜 받는데다 화재 위험이 적은 배터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LFP가 적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생산능력이 한정돼 틈새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국내 ESS 시장에서 공급 경험을 쌓아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확보한 LFP 제조 기술을 토대로 해외 LFP 배터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장비 턴키 솔루션 공급도 추진할 방침이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대신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전기차 적용 시 주행 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다.
LFP에 주력한 중국과 달리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동안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을 선점한 중국 배터리 제조사와 경쟁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LFP 배터리는 또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력을 저장하는 ESS 분야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피엔티 관계자는 “전기차와 ESS 시장에서 화재 위험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LFP 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장악한 LFP 기술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LFP 원소재 가공부터 전구체, 활물질까지 내재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피엔티는 국내 1위 이차전지 전극공정 장비 업체다. 롤투롤 기술을 기반으로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전극과 분리막, 동박, 전자소재 등을 제조하는 장비와 자동화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