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의 인체·환경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방사선 기술로 이를 저감하고 위험성을 파악하는 우리 연구진의 노력이 이목을 끌고 있다. 국제기구 산하 연구기관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 협력 창출이 이어져 유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18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소장 정병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방사선 폐플라스틱 저감기술 개발사업'을 2026년 완료 목표로 진행 중이다. 해악이 커지는 폐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우선 실제 폐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에 힘쓰고 있다. 그 방법론 중 하나가 정종현 박사팀의 '폐플라스틱 고속분해 기술'이다.
방사선을 쪼여 플라스틱 표면에 OH라디칼을 생성, 미생물 분해가 보다 쉽게 이뤄지도록 구조를 약화시키는 기술이다.
햇빛에 장기간 노출된 플라스틱 표면이 삭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통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방사선은 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미 기술을 확보한 단계다.
더불어 방사선 노출로 돌연변이를 유발한 플라스틱 분해 특화 미생물도 도출한다. 미생물 도출은 현재 가능성을 보이는 수준이지만, 연구가 고도화되면 실제 매립지 등에 미생물을 풀어 폐플라스틱을 대량 제거하는 것도 꿈꿀 수 있다.
류재혁 박사팀은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 국산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행 작물기반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국산 대체하려는 노력이다.
낮은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문제인데, 방사선을 쪼이는 방사선육종으로 이를 높이고자 한다.
연구진은 현재 5종 유망 식물 자원을 확보해 새만금 간척지에서 실증중이다. 이후 작물 생산까지가 목표다.
아직 베일에 가려진 미세플라스틱 위해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저감하는 연구도 있다. 장범수 박사팀이 이를 진행 중이다.
미세플라스틱에 미량으로도 추적이 가능한 방사선동위원소 추적체를 부착해, 체내 거동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를 평가시스템화 하면 시간대별 체내 잔류량, 어느 부위에 특히 쌓이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막거나, 이미 체내에 있는 것을 제거하는 소재 기술 등도 함께 개발코자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이런 연구들은 이미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위해성 평가 관련 기술은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IAEA 산하 해양환경연구소는 동위원소 추적기술로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모니터링하는 등 '뉴텍(NUTEC) 플라스틱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원자력연이 이곳과 지난달 26일 IAEA 정기총회에서 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현 정부도 강조하는 국제협력연구가 도출됐다.
약정식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배석했다.
국내에서도 전체 사업에 대한 협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 농촌진흥청과 연구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일부는 확정 단계다.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폐플라스틱 저감과 위해성 평가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으로, 우리의 관련 연구도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계속된 연구로 좋은 성과를 내고 국민 안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