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NEW 신경영' 전제 조건으로 '리더십, 조직, 윤리 경영' 3대 키워드가 지목됐다.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서 국내외 석학은 삼성전자 신경영 관련 '온고지신'의 자세를 주문했다. 고 이건희 회장의 강한 추진력과 의지, 실천성을 이어가면서도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새로운 신경영을 정립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는 '리더십'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삼성 신경영 선언 30주년이자 다음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둔 만큼 참석자들은 새로운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건희 선대 회장을 '전략적 이론가' '통합적 사상가'로 소개하면서 “훌륭한 경영자는 '혹은(OR)'의 사고방식을 벗어난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외부에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고,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갖고 있다”라며 “선대 회장 같은 리더는 과거나 지금이나 많지는 않지만, 더 이상 한국사회에 강한 리더가 없다는 얘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콧 스턴 MIT 경영대 교수는 “삼성은 과거 성공사례와 다른 기업 사례를 통해 유산의 가치를 분석하고, 회사의 미래 리더십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까지 도출해 왔다”라며 “삼성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나침반 역할을 해 온 이건희 회장의 '가능을 넘어선 창조'의 리더십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연말 삼성전자 정기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외 석학이 조직과 인재 경영의 변화를 주문한 것은 시사점이 있다.
마틴 교수는 삼성의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직원 몰입도 유지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삼성과 같이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대규모 조직 관리를 위해 표준화 등의 수단을 이용하지만 이는 직원 몰입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창의 지향적 기업 문화를 주문했다. 삼성이 신경영을 통해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던 만큼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고 창조성 넘치는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봤다.
피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는 신경영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사를 연결했다. 그는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환경과 일하는 방식의 시사점으로 △비즈니스 가속화 △정보 동원 △협업 촉진 △복잡성의 단순화를 제시했다. 적절한 위치에 필요한 리더와 미래형 인재를 보유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조직에서 발생하는 일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완 카네기멜런대 경영윤리 교수는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와 윤리 경영을 융합해 해석했다. 어린이집 사업 등 그동안 삼성이 윤리 경영 차원에서 진행한 사회적 기여 사업 사례들을 열거하며 AI 윤리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김 교수는 “현재 세계 각국의 기업은 AI 윤리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라며 “향후 AI 윤리 혁명이 곧 찾아올 것이며, 삼성은 관련 인재를 발굴하고 AI 윤리, 윤리 이론, 정치 철학 등으로 이루어진 지속가능경영 전담팀 구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신경영 혁신 속도전을 강조했다. 경쟁기업 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며 “속도가 경쟁 우위”라고 했다. 속도전을 위해 AI 정보 활용도 필요하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 AI 등 첨단 기술로 정보가 투명하게 조직 내에서 이동한다면, 끝없는 보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보다 미래 기회를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발견 중심적 리더십을 제안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