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인문학 사고 갖춘 IT 인재 양성해야

유용석 한국정보공학 회장
유용석 한국정보공학 회장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이후,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인공지능(AI)이 정규직 일자리 3억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 개발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AI로 프로그래밍 업무를 대체해 IT개발자라는 직업이 소멸할 것'이라든지, '현재 수준의 AI로도 이미 초급 기술자 수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다' 등 의견과 분석이 많다.

실제 그럴 수 있을까. 19세기 타자기 발명 이후 20세기까지 전문직으로 통했던 타이피스트가 컴퓨터의 보급과 워드프로세서의 사용으로 의미있는 직업에서 소멸된 것처럼 개발자의 지위도 이와 같은 길을 걷게 될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제가 따른다. 'AI 시대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개발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적합한 개발자의 요건은 어떤 것일까? 필자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및 IT 인재 양성기관에서 인문학적 소양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 현실은 대부분 커리큘럼이 백화점식으로 나뉘어 있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따른 업데이트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나마도 학문적 탐구와 연구보다는 취업을 위해 영어,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쌓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문학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의 정의와 이에 따른 해결에 대한 통찰을 통해, 개발자가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문제 해결에 도움울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함에 있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서, 요구사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 다른 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개발자에게 중요한 능력 중 다른 하나는 창의성이다. 인문학적 교육은 창의성을 촉진하고 단편적 사고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의 문제 접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윤리의식 및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 개발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함에 있어 윤리적 측면과 사회적 책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것은 꾸준한 인문학적 지식의 축적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실제 애플을 비롯한 세계의 유수 IT 기업이 예술, 인문학적 사고를 새로운 생산성의 영역으로 보고 꾸준한 투자를 하는 것도 이미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철학과 인문학 강의를 도강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마크 저커버그는 컴퓨터 공학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도강이나 복수전공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IT교육에 전반에 걸쳐 인문학 교육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딩이 초등학교 의무 교육과정으로 지정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에 맞춰 다른 부분이 소홀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IT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은 물론 국비가 지원되는 IT 전문학원 등에서도 단순한 프로그래밍 언어 학습(소위 '코딩')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IT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전통적 IT산업강국이다. 하지만, 코딩교육만 강조해서는 급변하는 시장 선도는 불가능할 것이다. 인문학적 기반과 함께 창의력, 사고력, 통찰력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인공지능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용석 한국정보공학 회장 ysyoo@ki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