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 중남미의 핀테크 강자, 브라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디지털금융(핀테크)은 세계적 현상으로,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인 중남미지역에서도 활발하다. 그중 브라질 핀테크는 중남미 최강자로,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시장 규모(2022년 기준)로 세계 5위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통적 금융회사 수는 감소 추세임에도 불구, 핀테크 기업은 2019년 771개에서 2022년 1200여개로 연평균 16%의 빠른 성장세라고 한다. 미국의 조사기관(CB Insights)이 2022년 발표한 'The Fintech 250(세계의 유망 비상장 핀테크 250)에 선정된 브라질 핀테크 기업 수도 9개로 미국, 영국, 인도에 이어 4위다.

왜 이렇게 브라질 핀테크가 빠른 성장과 함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빠른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을 꼽는다. 브라질은 인구의 중위연령이 32세로, 디지털·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계층이 많다. 따라서 이들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2016년만 해도 57.7%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이 2022년엔 80% 전후로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둘째, 브라질 정부의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핀테크 육성정책도 요인 중 하나다. 2019년 핀테크 육성법을 제정한 데 이어, P2P와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 법안 마련, 2020년엔 오픈 뱅킹과 즉각적인 결제·송금시스템(Pix)을 구축했다. 특히 Pix는 개인은 무료, 기업의 경우는 평균 0.22%로 신용카드(2.2%), 체크카드(1.1%)보다 훨씬 낮아, 이를 활용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출현과 포용금융확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셋째, 전통적 금융회사의 독과점과 비효율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골드만 삭스에 의하면 브라질은 2017년만 해도 5대 은행이 민간대출의 85%, 기업 대출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비경쟁적 구조였던 데다, 계좌개설을 위한 '항목 채우기'에만 15분, 승인에는 18시간이 소요되는 비효율적 시장이었다고 한다. 이래서는 금융소비자의 불만이 높고 금융계좌 보유율(67%)이나 카드사용률(30%)이 낮은 건 당연했다. 이를 핀테크 기업이 파고들면서 핀테크의 급성장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핀테크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투자는 여타 신산업대비 압도적이다. 디스트리토 핀테크 리포트(Distrito Fintech Report 2023)에 의하면 2022년 브라질 핀테크에 대한 투자는 브라질 벤처 총투자액(94억 달러)의 약 40%로, 하나의 신산업 섹터로선 대단히 높다.

그럼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간편 결제부문이 전체의 약 35%로 가장 높다. 2위는 신용으로 13%, 다음은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크라우드펀딩과 P2P, 자산관리 및 재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눈여겨볼 부문은 디지털 자산과 P2P. 우선, 브라질의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 유명블록체인 분석회사인 채이널러시스가 발표한 'The 2022 Geography of Cryptocurrency Report'에 의하면 세계 7위로 성장 잠재력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이유로는 높은 인플레로 자국 통화(헤알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데다, 자본규제로 인한 달러 접근성이 낮은 점, 해외 근로자의 송금수단으로 편리한 점 등을 꼽는다. 또한 P2P는 대출 기관(SCD)과 대출중개 기관(SEP)의 활용으로 대출업무 취급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유니콘 기업으론 한때 세계의 최대 디지털은행으로 불리던 누뱅크(Nubank)와 카카오뱅크가 상장될 때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됐던 페그세구로(Pagseguro) 등 6개가 있다. 브라질은 이제 중남미를 넘어 세계의 글로벌 핀테크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브라질 핀테크 시장은 '라이선스 취득'이 필수가 아니어서 그만큼 진입이 용이한 편이다. 국내 핀테크의 적극적 진출을 고려할 만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