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전자문서 활성화…종이원본 요구 법령 332개

갈길 먼 전자문서 활성화…종이원본 요구 법령 332개

전자문서법 ‘원본성’ 조항 없어
담보부사채·어음 등 문서 요구
디플정 종이 없는 행정 걸림돌
정부, 개별법 연구…개정 추진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과제 중 하나로 '종이 없는 행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종이문서 원본을 요구하는 개별 법령(법·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전자문서법)을 개정, 전자문서 원본성 요건을 명확히 하더라도 개별법을 우선 적용하는 만큼 300여개에 달하는 개별 법령을 일일이 개정해야만 해당 분야에서 전자문서를 원본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자문서 산업계에 따르면, 원본으로 종이문서 제출·보관 등을 요구하는 국내 법령은 332개, 관련 조항은 653개에 이른다.

업계는 전자문서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자문서를 원본으로 인정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본은 작성자가 일정한 내용을 표시하기 위해 최초·확정적으로 작성한 문서다. 전자문서가 원본 종이문서의 효력을 갖추고 이를 갈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전자문서법엔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고 명시했을 뿐 전자문서의 원본성에 관한 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개별 법령에서 서면을 요구할 경우 전자문서로 대체는 할 수 있지만 원본은 전자문서로 대체할 수 없다. 일례로 '담보부사채신탁법'에서 신탁증서의 원본 보관을 명시하고 있다. 또 어음법, 저작권법, 중재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 등 다양한 법에서 원본을 요구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 탄소중립 달성과 보관 비용 절감, 전자문서 산업 활성화 등 목표를 담은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전자문서의 원본성 인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 계획 시행에 따른 효과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와 법무부는 지난 7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교수, 변호사 등을 주축으로 전자문서법 등 전자문서 원본성 인정 관련 개정위원회를 꾸리고 연구에 착수했다. 조항마다 전자문서를 원본으로 인정하도록 개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따지고 해석하는 게 핵심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별법 규정이 우선하기 때문에 개별법에 전자문서의 원본성을 명확히 명시하는 게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면서 “연구를 마치는 대로 해당 부처와 법 개정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과기정통부 연구와 관계 없이 선행적으로 개별법을 개정, 전자문서를 원본으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감정평가법)이 대표적이다. 2021년 7월 감정평가법을 개정하면서 감정평가법인 등이 감정평가 의뢰인에게 감정평가서를 전자문서법에 따른 전자문서로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자문서로 된 감정평가서의 원본성을 인정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