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신보다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독감 백신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미국 모더나와 화이자는 이르면 내년 mRNA 독감 백신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지난 9월 '연례 연구개발(R&D) 데이'에서 독감 백신 후보물질 mRNA-1010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2022년부터 임상 3상을 진행했다. 후보물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계절 독감 백신인 플루아릭스와 비교했을 때 4개 바이러스에 대해 기존 독감 백신보다 더 높은 항체 수준을 생성했고, 더 높은 혈청전환율이 관찰됐다.
화이자도 4가 mRNA 독감 백신 'PF-07252220' 임상 3상을 총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화이자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에서 mRNA 독감 백신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발표하고, 상용화를 목표로 뛰고 있다.
mRNA는 DNA 정보를 세포질 안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차세대 백신 기술 중 핵심으로 꼽힌다. 바이러스나 인위적으로 만든 단백질, 병원체를 인체에 직접 투여하지 않고 mRNA 복제 명령이 들어있는 지질나노입자(LNP)를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생성 단백질을 인식한 면역체계가 항체를 만들어낸다. 항체를 기억한 인간 신체가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되고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항체를 형성해 싸우게 된다. 즉 우리 몸이 직접 항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RNA는 유전자 정보를 매개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 역할을 하는 핵산 중 하나다.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단백질 형태로 발현되는데 필수요소로, 예전부터 백신 개발과 치료제 분야에서 유망한 치료 도구로 각광 받아왔다. 코로나 팬데믹때 모더나와 화이자는 mRNA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었다.
mRNA 백신은 전통 백신보다 짧은 기간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RNA가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유통과 보관이 까다롭다. 독감 백신은 유정란과 세포배양 방식으로 구분돼 있지만, mRNA를 기반으로 한 백신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아날리스트(GIA)에 따르면 2021년 649억 달러(약 86조원)였던 글로벌 mRNA 백신 시장 규모는 연평균 11.9% 성장해 2027년에는 1273억 달러(약 168조원)로 전망된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 외에도 GSK, 사노피도 mRNA 독감 백신 개발에서 각각 임상1상, 임상1/2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녹십자가 지난해 4월 LNP 전문기업 캐나다 아퀴타스와 mRNA 독감백신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3월 LNP 라이선스 계약(Non-exclusive licensing agreement) 옵션을 행사했다. LNP는 나노입자를 체내 세포로 안전하게 운반해 mRNA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 시스템이다. 아퀴타스가 보유한 LNP 기술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에 적용된 바 있다.
녹십자는 전라남도 화순 공장에 mRNA 시생산 설비 투자를 결정하는 등 아퀴타스 기술을 활용해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뛰고 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