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글라스 기판 시장 선점에 나섰다. 글라스 기판은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할 것으로 주목 받는 기술이다. 인텔은 2030년 안에 글라스 기판을 적용한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앱솔릭스는 올해 말 미국 공장을 완공하고 2025년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고성능컴퓨팅(HPC)용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비한다.
김성진 앱솔릭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9일 '테크서밋 2023'에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솔루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반도체 기판 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글라스 기판 양산에 세계 최초로 도전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세상에 없던 장비와 공정 개발이 필요한 만큼 많은 협력사, 고객들과 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HPC 시장 발전으로 기술 요구사항은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반도체 미세공정을 통한 성능 개선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업계는 여러 기능을 가진 반도체 칩을 하나로 이어 붙이는 이종집적 패키징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종집적을 위해 플라스틱 소재 패키징 기판 위에 실리콘 인터포저를 중간 기판으로 활용해야했다.
유리를 주재료로 하는 글라스 기판은 현재 쓰이는 인쇄회로기판(PCB)과 다른 차원의 제품이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 반도체 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글라스 기판을 활용하면 중간 기판 없이 바로 반도체 칩을 연결할 수 있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같은 수동소자는 글라스 기판 내부에 실장된다. 이런 구조 덕분에 글라스 기판은 같은 크기에 더 많은 칩을 집적할 수 있다.
김 CTO는 “실리콘 중간기판이 없어지고 수동소자와 능동소자까지 내장하면 보드 위에 더 많은 반도체를 탑재하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면서 “유리는 반도체칩과 유사한 구조로 돼있어 재료 정합성이 우수하고 플라스틱보다 평평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데다 휨 특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칩의 기판을 글라스 기판으로 교체해 테스트한 결과 성능이 40% 개선된다는 피드백을 고객사로부터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재 인공지능 학습가속기에 쓰이는 기판을 글라스 기판으로 바꿀 경우 수동소자가 내장되면서 칩 위에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소자를 장착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글라스 기판 적용시 동일 면적에서 데이터 처리 규모가 8배 증가하면서 총면적을 5분의 1(9600㎡)로 감소시킬 수 있다. 전력소모량은 절반으로 낮아진다.
SKC는 2018년부터 고성능 기판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1년 말 자회사 앱솔릭스를 출범시켰다. 미국 조지아주에 2억4000만달러를 들여 1만2000㎡ 규모 글라스 기판 공장을 구축 중이다. 공장은 오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해 2025년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앱솔릭스는 글라스 기판을 활용해 HPC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향후 5년 동안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정체되겠지만 HPC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60억달러에서 2027년 50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한 HPC용 반도체 패키징 시장도 지난해 80억달러 규모에서 2027년 150억달러로 연평균 13.4%의 두 자릿수 성장이 전망된다. 일반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연평균 7.9% 성장하는 것과 비교해도 가파른 성장 규모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