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혼합용매 도핑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도핑된 고분자 소재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자가발전 독립전원 등에 적용되는 차세대 전자 및 에너지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주대는 고려대·건국대·경상국립대 공동 연구팀과 고성능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자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전지는 오랜 시간의 연구로 상용화되어 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일상 속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스마트폰과 사물 인터넷 등에 활용하는 열-전 에너지 변환 기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무기물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재는 에너지 변환 효율은 높지만, 소재의 독성과 딱딱한 물성, 공정의 복잡성 등이 한계를 보이면서 공액 고분자를 변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공액 고분자는 유연성과 신축성이 우수하고 용액 공정이 가능해 공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취약한 안정성과 낮은 전기 전도도 등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최근에는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재'로써 공액 고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공액 고분자를 활용해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분자 형태의 도판트(반도체 소재의 전하밀도를 증폭시키기 위해 첨가되는 소재)로 사용해 유기 소재의 전하밀도를 증폭시키는 분자 도핑을 이용해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기 전도도의 증가는 열전 변환 성능의 주요 지표인 제벡계수(Seebeck coefficient)를 떨어뜨리게 된다. 반대로 전기 전도도를 상대적으로 낮추면, 열-전 변환 출력 성능의 지표인 파워 팩터(power factor)가 감소하는 등 상충되는 물성에 의해 생산출력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고분자 소재와 이에 적합한 도핑 공정을 함께 개발하는 방식으로 복합적인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먼저 도판트가 고분자 박막 내부로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 공액 고분자를 설계 및 합성했다.
아울러 침투된 도판트를 공액 고분자 주사슬 근처로 유도해 사슬의 결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혼합용매 도핑 공정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액 고분자에 새로운 도핑 기술을 적용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전도도(〉2100s/㎝)와 열전 변환 파워팩터(〉260㎼/mK2)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단독 용매 기반 도핑 공정으로 처리된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와 파워팩터 대비 각각 4배, 5배 증가한 수치다.
연구팀은 개발한 혼합 용매 도핑 공정을 앞서 상용화된 공액 고분자들에 적용한 결과, 마찬가지로 전기 전도도와 열전 변환 성능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종현 아주대 응용화학생명공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혼합 용매 도핑 공정은 활용 방법이 매우 간단하면서도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와 열전 에너지 변환 출력 및 안정성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라며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의 전극 소재 등 고출력 유기 열전 소자 개발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분야 학술지 '줄(Joule)' 지난 18일자에 게재됐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고려대·건국대·경상국립대 등과 공동 융합 연구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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