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공공데이터법 제정 10주년을 돌아보며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공공데이터 개방수(누적)공공데이터 민간이용(누적)공공데이터 제공 표준(누적)

아파트 실거래가와 같은 부동산정보를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직방',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던 보조금을 찾아 청구할 수 있는 '토스', 코로나19 시기에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확인할 수 있었던 '굿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앱이라는 것이다.

공공데이터법(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지금은 누구나 공공데이터를 정책 의사결정의 핵심 자원이자 새로운 가치창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이 제정되던 2013년 시기만 해도 공공데이터는 행정업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정도로만 인식됐다. 당시에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를 먼저 개방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은 다소 생소했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 공공데이터 활용 요청은 많았지만,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데이터 이용권 강화와 민간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공공데이터법이 제정됐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을 설득하는 한편, 국민 수요가 높은 데이터를 먼저 개방하기 시작했다. 급선무는 민간의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표준화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었다. 정부는 부동산, 인·허가정보, 공공안전 등에 관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국가중점데이터 개방사업'을 추진, 우리나라 공공데이터 개방의 물꼬를 텄다. 더불어 국민이 데이터를 찾기 위해 수백 개가 넘는 공공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부담도 해소해야 했다. 정부는 범정부 데이터 포털 '공공데이터포털'을 구축해 모든 국가,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곳에서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데이터를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안정적인 데이터 제공기반을 구축하고, 국민의 데이터 요구를 심의해 공공기관에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민관 협력의 거버넌스도 필요했다. 범정부 차원의 공공데이터 정책을 같이 심의하는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와 데이터의 요청·제공 관련 이견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기관별 '공공데이터책임관'을 지정해 국민이 원하는 데이터를 개방할 수 있게 구속력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공공 데이터 주요 성과 (자료 : 행정안전부)
공공 데이터 주요 성과 (자료 : 행정안전부)

현재 8만여개가 넘는 공공데이터가 연간 100만건이 넘게 다운로드 되는 등 공공데이터가 민간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약 2800개 민간 애플리케이션이 서비스 중이다. 이제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민간플랫폼에서도 언제 지하철이나 기차가 오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날씨·미세먼지 정보는 물론 부동산·관광·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공공데이터는 국민의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켰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정책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OECD는 공공데이터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2015년, 2017년, 2019년 연속 단독 1위로 평가했다.

이제 그간의 성과에 걸맞게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앞으로 공공데이터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개방 측면을 먼저 살펴 보면, 이제는 데이터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개방해야 한다. 현재 방대한 데이터가 있지만, 모든 데이터가 잘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데이터만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수요 높은 데이터들은 그간 공개되지 않고 잠들어 있다가 갖은 노력 끝에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낸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미개방 데이터에서도 국민과 기업이 필요한 데이터를 찾을 수 있게 해 최대한 개방할 수 있는 적극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공공데이터의 활용 측면을 보자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 경제적 가치에 더해 민관이 협력하는 데이터의 공익적 활용을 촉진·지원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공데이터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도로·교통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 물류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지만 민간이 몸소 수집한 보행정보와 융합해 계단·오르막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교통지원 서비스도 개발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과 공공데이터를 활용, 사회 구석구석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경제·산업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데이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간의 판단은 점차 기계의 판단으로 바뀔 수도 있겠으나, 판단의 근거는 여전히 인간활동의 결과인 데이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풍부하면서도, 고품질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공공데이터일 것이다.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공공데이터의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성장과 미래가치를 만들어 가는 공공데이터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필자〉 고기동 차관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담당관, 장관 비서실장, 지역경제지원관, 정부혁신기획관, 인사기획관 등을 지냈다. 이후 세종시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행정부시장을 지내며 지방행정 경험을 쌓았다. 중앙과 지방 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지방시대와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 구현에 적임자로 평가받아 올해 8월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