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거주 초5~중2 학부모 200명 대상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입 개편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에듀플러스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경기 지역 초5~중2 학부모 200명 대상으로 '2028 대입 개편안'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대입 개편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지금보다 특목고 자사고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사교육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언론사가 2028 대입 개편안 주제로, 개편안에 영향을 받는 학생의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직접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 49.0%, 모르겠다 32%, 부정 19.0%”
설문조사 결과 2028 대입 개편안에 관한 학부모 평가는 긍정적인 반응이 부정적 반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를 한 응답자가 49.0%(매우 긍정 6.8%·긍정 42.2%)로 부정 평가한 응답자 19.0%(매우 부정 2.7%·부정 16.3%)보다 많다.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32.0%로 집계됐다.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입시 전문가들은 현재, 발표된 대입 개편안이 확정된 안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학부모와 학생에게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확정안이 아닌 2028 대입 개편안을 두고 학부모 입장이 긍정과 부정 의견으로 뚜렷하게 나뉘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단지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부분은 수능 과목, 내신 평가 등 구체적으로 변화한 부분이 있어, 대입 준비 방향성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8 대입 개편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 가운데 과목별 수능 출제 범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대입 개편안이 큰 틀의 변화 없이 그대로 확정되면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재 발표안에 따르면 수학·사탐·과탐 내용이 교육 과정상 심화 수준까지 진행되지 않는다”며 “고1 과정만 수능 범위에 포함되는 사탐과 과탐 과목의 경우, 고2·3 학생이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며 참여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내신 평가를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꾼 부분도 평가가 나뉜다. 학생 간 내신 경쟁을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변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신 평가가 변별 역할을 못 한다면 대학은 다른 평가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학부모 80.3%, ”특목고 선호도 높아질 것”
학부모들은 2028 대입 개편안이 시행되면 특목고와 일반 명문고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8 대입 개편안에 따른 특목고, 일반 명문고 선호도 변화'에 대한 질문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80.3%(매우 높아진다 31.3%·높아진다 49%)에 달했다. 다수의 입시 전문가도 특목고·자사고·일반명문고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부담이 큰 폭으로 완화됐기 때문에 특목고·자사고·일반명문고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고는 지금보다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제원 숭의여고 교사는 “현재는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원하는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위권 학생들이 일반고를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현재 발표된 개편안처럼 내신 5등급 체제로 바뀌면 내신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업 수준, 학구열 등이 높은 특목고·자사고 등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대입 개편 후 사교육 부담도 더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74.1%(매우 높아진다 29.9%·높아진다 44.2%)가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학부모들은 어떤 대입 개편이 나와도 사교육 시장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5학년 초등학생 학부모는 “처음 대입에 논술 시험이 도입됐을 때 논술은 공교육에서만 교육할 수 있는 분야라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논술도 사교육 시장의 일부로 포함됐다”며 “지금 사교육 시장은 어떤 정책이 나와도 빈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서 난도가 낮을수록 수능 문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사교육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과 난도가 낮아진다고 해도 수능 문제가 쉽게 출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교과 중 생활과 윤리는 난도가 낮은 편에 속하지만 실제 수능에서는 점수를 잘 받기 어려운 과목으로 꼽힌다”며 “교과서 난도가 낮을수록 시험 문제는 변별을 위해 세밀한 부분에서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개편안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심화수학'은 사교육 부담을 가중할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심화수학은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으로 미적분Ⅱ+기하를 절대 평가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최상위권 대학이 심화수학을 수능에 반영한다면, 학생 사이에서는 필수 과목처럼 될 것이 분명해 학습 부담이 늘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심화수학을 절대평가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안이 확정된다면 대학에서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 등 또 다른 평가 방식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화수학 도입에 대한 학부모 반응은 다소 긍정적이다. 이번 설문에서 '심화수학을 추가해야 한다'고 답한 학부모(45.6%)가 '추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학부모(37.4%)보다 조금 더 많았다.
◇학부모 91.8% 고교학점제 알고 있지만, 부정적 평가↑
2028 대입 개편안이 도입된 뒤 고교학점제가 원래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준비하는 일선 학교 교사와 교육 전문가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와 수능은 양립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말한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수능 제도에 대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까닭이다.
에듀플러스 설문조사를 보면 학부모 91.8%가 2025학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고교학점제의 대략적인 부분만 알고 있다고 답한 학부모는 69.4%, 자세히 알고 있다는 22.4%였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 평가가 조금 더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학부모 46.9%가 여러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 고교학점제가 교육 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고교학점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0.3%, 모르겠다는 답변은 15%였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입 개편안이 큰 수정 없이 확정된다면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은 작다”며 “자신의 흥미와 관심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 친구들이 많이 듣는 과목을 선택하는 등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도 학생들이 수능에 출제되는 과목 중심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대학 학생 선발 자율권 강화 34%”
학부모 사이에서는 대학이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강화(34%)가 현행 유지(27.2%)나 약화(17%)보다 더 많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국 앞으로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 점차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입 개편안이 현재 시안으로 확정된다면 대학에서 학생부교과전형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는 어려워 학교별로 다양한 전형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제원 숭의여고 교사는 “학령인구가 줄고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 교육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할 때”라며 “근시안적인 정책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교육과 입시에 대한 장기적인 방향성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