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7년간 50만대분
삼성SDI 6세대 각형 P6 공급
차세대 플랫폼 개발 협력 확대
삼성SDI가 현대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하는 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2020년 회동 이후 마침내 결실이 맺어졌다. 양 그룹의 전략적 협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가 유럽에 출시할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물량은 전기차 50만대분 정도로 알려졌다. 70kWh 전기차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35~40기가와트시(GWh)에 해당한다.
40GWh는 토요타가 북미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건설하겠다고 밝힌 공장(연간 생산능력 기준)과 맞먹는 규모다. 금액으로는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가 탑재되는 차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규모를 고려할 때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현대자동차 C세그먼트 전기차 적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현대자동차에 6세대 각형 배터리 'P6'를 공급할 계획이다. 니켈 비중을 91%로 높인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가 적용된다.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가 적용된 음극재로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 현대자동차 유럽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글로벌 빅3 자동차 제조사로 발돋움한 현대자동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회사는 각형 배터리 적용이 확대되는 중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자동차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존 배터리 협력 관계에 삼성SDI를 추가하면서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주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파우치 타입 배터리를, 각형은 중국 CATL에서 구매했는데 삼성SDI를 통해 각형 배터리 수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현대의 배터리 협력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으나 지난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뤄진 회동을 계기로 전환점이 마련됐다.
향후 협력 확대 기회도 열어놨다.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에다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함께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