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미래도시로 바꿀 핵심기술이 총망라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이 도맡게 됐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IT 스타트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제2의 중동 붐'이 기대된다.
네이버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인 이번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5년간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제다·담맘·메카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3차원(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모형에 실제 기상 현상이나 사물을 쌍둥이처럼 구현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예측·최적화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사우디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도시 계획,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로봇,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총망라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시뮬레이터를 통한 스마트시티 설계, 도시 물관리,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 도로 단위 교통 정보, AI 지도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네옴시티를 비롯해 국가 단위 대규모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사우디가 한국 대표 IT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의 기술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 수주의 의미는 남다르다. 1970~80년대 1세대 중동 바람을 이끌며 국가 경제를 키워 온 건설과 토목 분야에 이어, IT 분야에서 SW·플랫폼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그간 일회성 솔루션 구축이 대다수였던 시스템통합(SI) 형태의 IT 수출 사례와 달리, 네이버가 사우디에 구축할 디지털 트윈은 파트너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개방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현지 기관·기업, 국내 기관·스타트업과 협업해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국국토정보공사(LX), 한국수자원공사도 이번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에 힘을 보탰다. 추후 협업 대상이 국내 스타트업 등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트윈이 도심 단위까지 범위가 넓어지면 건축 및 토목 분야와 연관성이 높아져 현지 정부, 기업,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해진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트윈은 국가 디지털 기간 인프라로도 불리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수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디지털 트윈이 국가 차원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는 데다, 인접한 국가들에서도 이미 네이버의 기술력을 두루 체험했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3월 자치행정주택부와 국가 디지털 전환(DX)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그간 사우디아라비아와 꾸준히 교류를 이어왔다. 또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인 샤르자에서는 왕실 고위대표단이 직접 네이버를 방문한 바 있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환경·사회·지배구조(ESG)정책 대표는 “탄탄한 IT를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겠다”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의 중동 수출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