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애플 토종기업 뭉친다…특허 침해 소송에 STO 도입

애플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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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공룡들과 특허 침해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토종기업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응한다. 토큰증권발행(STO) 시스템을 통해 소송비용 등을 조달하고, 특허침해 권리소송에서 승소해 보상금을 받으면 이를 STO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비즈모델라인(대표 김재형)은 이와 같은 구조의 '특허 수익화 STO' 사업을 증권사들과 추진한다. 프로젝트 별로 여러 기업이 보유한 특허들을 전략적으로 모아서 소송 등을 통해 수익화 하는 STO 서비스와 플랫폼을 구축한다.

특정 사업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 보유한 특허를 중심으로 연합된다면, 파괴력 있는 특허 풀이 만들어진다는 측면에 주목했다. 소송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화할 수 있는 STO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비즈모델라인은 자체 개발한 핵심특허와 중요특허 3000건 이상 보유하고 있는 특허 전문기업이다. 애플이 '애플페이'의 결제 프로세스에서 비즈모델라인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응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비즈모델라인은 애플페이 결제에 사용되는 '근거리 거래 방식'이 자사가 지난 2005년에 출원한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애플페이의 오프라인 결제는 매장 단말기로 암호화된 사용자 신용카드 번호 등을 주고받고 인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비즈모델라인은 자사가 특허로 등록한 일회용 인증코드 '토큰 코드'가 침해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은행에서 인터넷뱅킹 인증에 활용하는 OTP를 신용카드 결제에 적용한 것과 비슷하다.

비즈모델라인 측은 특허소송으로 가더라도 승소를 자신하고 있으나, 상대가 글로벌 기업 애플이라는 점에 고심하고 있다. 애플은 국내 최대 규모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맺고 이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판결이 나올때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데, 그동안 들어갈 막대한 법무 및 송무비용을 조달하는 것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모델라인은 자사 사례를 포함해 애플과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특허 침해를 당한 국내 중소기업과 연합전선을 짠다는 구상이다.

특히, 애플과 거래 관계로 엮어 있어 직접 대응이 어려운 기업들을 집중 영입한다. 이들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선이 끊길 것 등을 우려해 소송을 망설여 왔지만, 컨소시엄을 이뤄 전선을 넓히고 특허침해 배상금 등에 대한 수익도 투자자들과 공유해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형 비즈모델라인 대표는 “애플페이와 애플스트리밍과 관련된 특허는 애플 측 대리인과 협의중에 있다”며 “협의 결과에 따라 애플 관련 특허들을 주축으로 외부의 특허 보유 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축, 소송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STO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