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산업단지 석탄 열병합 발전, 연료전환 시급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

요즘 '무빙'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우리나라 중요한 근현대사 사건 속에서 초능력자들을 이용하려는 국가 세력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초능력자들의 생존이 핵심 줄거리다. 등장인물 중 구룡포(류승룡)라는 인물은 무한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능력이 밤의 세계에 사용돼 쫓기고 방황하는 삶을 살다가 탄광촌에 정착한다. 드라마 배경이 근현대사 주요 사건이다 보니, 작가가 탄광촌을 소재로 쓴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석탄'은 사실 우리나라 에너지 근간이었으며 산업발전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하지만 가정용 연탄이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듯,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과 이별도 정해진 수순이다. 이별 대상은 크게 2가지 종류 석탄발전소다. 첫째, 노후화되고 있는 공기업 석탄발전소다. 정부는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국내 5개 발전공기업 석탄발전소 28기를 2036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순차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많은 어려움은 있지만, 국가계획에 따라 석탄발전 연료전환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둘째, 산업단지에 있는 민간 석탄 열병합 발전소다. 전기와 열을 따로 생산할 때에 비해 에너지효율을 약 30% 정도 높일 수 있는 산업단지 열병합 발전소는 입주기업들에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공급한다. 대규모 송전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분산형 전원이라는 장점도 있다. 1972년 울산석유화학 공단을 시작으로 현재는 총 45개 사업자가 약 1000개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산업단지 석탄 열병합 발전소다. 국가계획에 명확하게 반영된 발전공기업 연료전환과 달리 산업단지 민간 열병합 발전소의 연료전환은 국가계획에 반영돼 있지 않다. 연료전환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언제 할지 등을 모두 사업자가 결정하고 모든 리스크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3가지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첫째, 산업단지 열병합발전 사업자는 열공급 의무를 지고 있어 연료전환을 추진하면서도 열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연료전환 설비 교체에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 열공급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3~5년의 전환 기간 동안 열공급 중단 리스크, 대규모 자본 조달 등을 사업자가 감당해야 한다.

둘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도입된 배출권 거래제도 개편이 오히려 산업단지 열병합 발전 연료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산업' 부문이었던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소를 2021년부터 '전환' 부문에 포함시켜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여했다. 현행 배출권 100% 무상할당도 2024년부터 유상할당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연료전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허리가 휘청이는 사업자에게 또 하나의 큰 짐을 지운 셈이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보다 10년 먼저 배출권 제도를 운영한 유럽연합(EU)은 환경·분산편익을 반영해 오히려 열병합발전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음을 우리 정부도 주목해야 한다.

셋째, 정부의 인·허가는 산업단지 열병합 발전소 연료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가계획에 따라 연료전환을 추진하는 발전공기업의 발전사업 인·허가는 비교적 수월한 반면에, 국가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자발적인 연료전환을 추진하는 민간기업은 인·허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여러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연료전환에 필요한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열과 전기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급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산업단지 열병합 발전의 연료전환은 꼭 필요하다. 무빙의 여러 명대사 중에 “늘 하던대로”가 있다. 최고의 파트너인 조인성과 류승룡이 위기 순간에 하는 대화에서다. 여러 번 위기를 힘을 합쳐 극복해왔던 우리 정부와 기업도 “늘 하던대로” 잘 해 나가길 기대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 shyoo@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