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우울증과 기억·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의 타우린 농도가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최초로 밝혀냈다. 향후 우울증 예방 관리 및 진단·치료에 있어 타우린 역할과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KBSI)은 바이오화학분석팀 송영규·조지현·정재준 박사 연구팀이 초고자장 7T 휴먼 MRI로 우울증을 보이는 젊은 여성 뇌의 해마에서 타우린 농도가 현저히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MRI는 신체 특정한 위치를 정밀하게 볼 수 있고 다양한 정량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뇌 질환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 기존 MRI 연구에서는 주로 뇌 가장자리인 대뇌피질 영역에 국한돼 신경대사체의 변화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뇌 안쪽 해마에서 신경대사체와 우울증 간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대상인 20대 여성 전두엽, 후두엽, 해마 부위에 존재하는 타우린을 포함한 콜린, 크레아틴, 글루타민, 글루타메이트, 마이오-이노시톨, N-아세틸 아스파테이트 등 7개 신경대사체의 농도를 각각 측정해 비교했다.
MRI 촬영 시 해마는 위치상 문제로 측정에 있어 기술적 한계가 있다. 특히 타우린은 다른 신경대사체에 비해 농도가 낮아 MRS 신호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높은 신호 감도와 고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7T MRI를 이용, 화학적 이동 변위를 줄이도록 설계된 sLASER 펄스열을 사용해 해마에서 미세한 타우린 신호 차이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우울증 실험군과 일반인 대조군의 해마에서 측정된 타우린 평균 농도는 각각 0.91mM, 1.13mM로, 우울증이 있는 젊은 여성 해마 속 타우린 농도가 일반인 보다 약 2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결과다.
또 7T MRI로 찍은 고해상도 구조 영상을 기반으로 개인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는 백질, 회백질 등 뇌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 대사체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했다. 이는 향후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뇌 질환 연구에도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조지현 KBSI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해마 속 타우린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켜 우울증 발병 기전과 진단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며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 관찰에 의한 타우린 농도 변화, 타우린 인체 복용에 따른 우울증 치료 효과 관련 후속 연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한의학연구원 김형준 박사, 충남대 손진훈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 정신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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