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에서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를 기존 '2170'에서 '46 시리즈'로 변경한다. 46 시리즈는 지름이 46㎜인 제품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이번 투자 변경은 테슬라 등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2026년부터 양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3분기 실적설명회를 통해 “선제적인 북미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을 46 시리즈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당초 애리조나 공장에 4조2000억원을 투자, 27GWh 규모 2170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2170(지름 21㎜×높이 70㎜)보다 두꺼운 46㎜ 원통형 배터리로 생산 제품을 변경했다. 생산능력도 27GWh에서 36GWh로 상향 조정했다. 양산 목표 시점은 기존 2025년 말이다.
투자계획 변경 이유에 대해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6 시리즈에 대한 다수 자동차 제조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6시리즈는 2170 대비 5배 이상 에너지용량을 확보할 수 있고 단위당 고정비를 절감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에 4680 배터리를 적용하기 위해 자체 생산과 외부 수급을 추진 중이다. 4680 배터리 외부 수혈에는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이 협력하고 있는데, 테슬라가 4680 조달을 확대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주문해 투자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테슬라 외에 루시드, 니콜라, 리비안 등에서도 46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긴 것도 배경으로 해석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46 시리즈 개발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로 전해졌다. 연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46 시리즈 마더라인을 구축하고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EV)용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2026년부터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차량용 LFP 양산 목표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체 저가형 모델에 LFP 배터리 채택이 급증함에 따라 중저가 수요까지 잡겠다는 포석이다. LFP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시장 성장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북미 생산 확대 등으로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에 반영된 IRA 세액 공제 금액은 21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내년도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대외 변수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돼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창실 CFO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고금리 기조로 인한 구매력 위축, 유럽 시장에서 친환경 정책 지연 및 중국 침투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년 수요는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다”며 “2024년 매출 성장률은 올해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분기 말까지 누적 집행된 설비투자비(Capex)는 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6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수주잔고는 10월 기준 500조원을 넘어섰다. 6월 말 기준 440조 원 대비 6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