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진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대상 보안 점검(컨설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안 점검 이후 선관위 내부 시스템에 해킹툴로 의심되는 파일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중단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이 섬겨야 할 대상은 정권이 아닌 국민”이라며 “국정원은 정치 개입이나 선거 개입의 꿈을 꾸지 말라. 과거의 불행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 감시·견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정보위원회(정보위)·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 민주당 간사들이 함께했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 측에 따르면 선관위가 이달 7일에 삭제한 파일 3개, 13일에 삭제한 파일 4개 등은 국정원과 선관위가 합의한 파일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정원이 선관위와의 합의 아래 점검을 진행하면서 당사자 모르게 목록에도 없는 파일을 남겼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국정원발 해킹을 의심할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파일을 (선관위에) 남겨선 안 된다. 주요 서버들에 (국정원의) 해킹툴이 심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정원의 보안 컨설팅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안 점검을 하겠다며 공문을 보낸 헌법기관 중 사실상 강제로 이를 수행한 곳은 선관위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선관위가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국정원이 직접 선관위에 연락했다”면서 “다른 기관들은 국정원의 별도 연락을 받은 바 없고 자체 컨설팅을 그대로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를 권력기관으로서의 부활을 노리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시도로 규정했다. 강 의원은 “국정원 스스로가 국민들과 국회 앞에 모든 과정을 밝히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맞춰 사전투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선관위를 꾸리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후 남은 종합감사와 정보위 국정원 국감 등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일반적으로 보안기술연구소는 주로 국방부·국정원 등과 일한다. 이들은 기술 인력 6명을 해당 조사에 파견했다”며 보안기술연구소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정보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국정원은 의원들의 설명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정보위 전체 대상 비공개 간담회를 제안했는데 이를 국감 하루 전에 하자고 했다”며 “비상식적인 제안이며 다른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조율 중이다”고 지적했다.
국감 이후 국정조사 등 추가 조치도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감 이후 다른 수단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
최기창 기자기사 더보기